[제주문화가 이슈&현장]도립예술단 연습실 찬밥신세

[제주문화가 이슈&현장]도립예술단 연습실 찬밥신세
전문 공연장과 따로 노는 연습실 언제까지…
  • 입력 : 2017. 05.30(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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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관공서 건물에 들어선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제주도립제주교향악단·합창단 연습동.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제주지만 도립예술단이 변변한 연습실 하나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진선희기자

공연장 입주 예술단 도립무용단·서귀포합창단 2곳뿐
제주교향악단은 하반기쯤 제주아트센터 재입주 추진
입주 우선순위 밀려… 공연장 연계 프로그램 등 요원

공립예술단이 그 지역의 문화예술 수준을 보여주는 얼굴이라면 제주는 낙제점에 가깝다. 예술단의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인 연습동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대개 빈 공간을 찾아 둥지를 튼 형국이어서 대표 공연장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빈약하다.

현재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예술단은 모두 5곳이다. 이중 공연장 내부나 그 부근에 연습실을 갖춘 예술단은 제주도립무용단, 제주도립서귀포합창단 2곳에 그친다.

▶농업기술센터 리모델링했지만 한계=5년전의 일이다. 제주도립교향악단·합창단 등 제주도립제주예술단은 제주시 오라동 제주아트센터를 떠난다. 2010년 5월 제주아트센터 개관에 맞춰 입주했지만 지하에 들어선 연습실에 문제가 생겼다. 환기가 안되고 습기가 많아 연습을 지속하기 어려웠다.부실시공이 드러나면서 결국 짐을 싸서 2012년 12월 애월읍 하귀1리 옛 제주농업기술센터로 연습실을 옮겼다.

제주시는 당시 5억원을 들여 건물 2개동을 교향악단과 합창단 전용 연습실로 꾸몄다. 사무국, 대연습실, 앙상블연습실, 중주연습실, 파트연습실, 악기보관실, 악보실, 휴게실 등을 갖춘 시설로 "단원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한계를 보였다. 이곳 역시 습기 등으로 연습이나 악기 보관에 지장이 있고 파트 연습실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건물이 낡아 냉난방도 잘안된다.

결국 제주교향악단은 대대적 보수공사 끝에 지난 1월 재개관한 제주아트센터에 다시 입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이사 준비에 나서 연내 재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수 공사를 거쳤다고 해도 종전처럼 제주아트센터 지하에 연습실을 둬야 하고 공간이 비좁아 언제까지 활용가능할지 미지수다.

▶장기적 계획 통해 연습동 설치해야=제주도립서귀포예술단도 사정이 비슷하다. 서귀포합창단은 2014년 6월 문을 연 서귀포 예술의전당 한켠에 자리를 잡은 반면 서귀포관악단은 서귀포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 연습실을 뒀다.

당초 서귀포예술단의 두 단체는 전문 공연장을 구비한 서귀포 예술의전당이 세워지면 그곳에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건물을 짓고 난뒤 두 예술단이 차지할 공간은 없었다.

이런 현실에서 도립예술단의 장르간 협업이나 공연장 자체 기획 무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교향악단이나 관악단의 경우엔 공연 전후 악기를 운반하는 일부터 고역이다.

서귀포시는 2015년 3월~2016년 6월 4억여원을 들여 서귀포관악단 연습실을 리모델링했다. 당분간 현행대로 서귀포예술단 연습실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시의 경우도 별도의 예술단 연습동 건립 계획이 잡혀있지 않다.

공립예술단 연습실은 예술단의 음악적 성패를 가르는 공간이다. 무대 위 전문성을 요구하는 만큼 그에 맞는 연습실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도립예술단 연습실이 건물 입주 우선 순위에 밀리고, 지하로 밀리는 현실에서 문화도시 운운하는 일이 계면쩍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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