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시작하며]부디 돌아오라!

[하루를시작하며]부디 돌아오라!
  • 입력 : 2017. 05.31(수) 00:00
  • 김문정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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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온 듯하고 짧게 지나간다. 부쩍 봄옷 입을 겨를이 없다. 잊고 있다 만나는 새싹은 늘 경이롭다. 기척 없는 화분 안이 궁금하다. 성급하게 엎었다가 후다닥 다시 쓸어 담기도 한다. 채 드러나지 않았을 뿐 눈은 곰곰이 숨어 있다. 때로 봄이 우울하다면, 허다한 목숨들을 떠올릴 때다. 심을 때 첫 마음만 같으면 꽃 만이겠는가. 대개는 열매도 볼 텐데 봄날 마음이 한결 같지 않은 탓이다. 쉽게 가는 듯 보여도 내가 죽인 목숨 어느 것도 실상은 꽤 질기다. 여간해서 죽지 않는다. 그래서 생명은 처연하고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다시 폭염과 장마가 오고 태풍이 불 테지만 뻗은 발 튼튼한 뿌리는 잘 견딜 것이다.

새 대통령이 뽑혔다. 하루하루 신선하고 감동어린 뉴스가 넘쳐난다. 미처 꿈꾸지 못하던 꼼꼼한 배려와 친절함을 만난다. 보는 바 생경하지만 오랜 듯 세련되어서 통쾌하기까지 하다. 지난 겨울의 언 발이 이제야 조금 녹는다. 무릎 꿇거나 쪼그려 앉아 맞추는 눈높이가 그렇고 금가기 시작한 유리천장과 폭넓게 고심한듯한 탕평의 인사가 그렇다. 아무쪼록 정책으로도 이어져 성공하시라. 행복하시라. 그런 대통령이 우리의 성공과 행복이며 자랑거리가 될 것이므로. 말씀대로,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하는 겸손한 권력'이 되어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4년 전도 같은 마음이었다. 낙담에 바람을 담아 '그래도'였는데 '그런데'로 의문만 꼬리 물다가 '그러나'로 무참하게 끝났다. 탄핵된 전직 대통령의 재판과 자살한 전직대통령의 추도식을 지켜봐야하는 참담함. 새 대통령은 당분간 고인을 가슴에 묻겠단다. 전장으로 나가는 장수의 비장함이다. 추모객들 앞에 선 유가족이 가벼운 농담을 던진다. 낯설지만 유쾌하다. 마침내 슬픔은 1004마리의 나비날개에 묻어 홀홀히 날아가는 듯하다.

노랑은 어느새 슬픔과 그리움과 기다림과 저항의 빛깔이 되었다. 나의 노랑리본은 내가 움직이는 많은 시간 같이 흔들린다. 뭘 그렇게 오래 슬퍼하냐 하지만 잊을 수 있어야 잊고 웃을 수 있어야 웃는다. 세월호 이후 종종 떠올리는 그림 하나. 가장 안락한 자리에 다 모여, 무섭지 않게 서로를 껴안고 있다가, 외롭지 않게 한꺼번에 모두 손잡고 나오는 그림이다. 그리는 대로 오래지 않은 날, 나머지 미수습자들이 모두 돌아오길 꿈에도 바란다.

누구나 하나쯤 슬픔의 뭉치를 갖고 있다. 멀고 가깝게는 한 세기 중, 슬픈 무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서 남의 슬픔이 지겨운 당신은 별 탈 없이 잘 누리신 분들이다.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내 작은 슬픔을 극대화한 채로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바라보면 조금은 공감되지 않는가. 아무래도 불감이라면 이제 비로소 그 영혼을 제대로 위로하려 하니 잠시 가만히 계셔도 좋겠다. 여기저기서 웃음꽃 피거든 생뚱맞아도 같이 웃고 손잡고 함께 가시기로 하자. 위안부 할머니들의 노쇠한 외침도, 4·3과 5·18의 피의 역사도, 나부끼는 세월호 리본도, 갇힌 강가의 '녹조라떼'도 나비되어 가벼이 날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햇살 좋은데, 온 데 열리는 것은 죄다 열고 맞아들이자. 어딘가에서 어깨동무하고 모여 있다가 돌아올, 돌아오고 싶어 먼 데서 서성이는 깨끗한 하늘, 맑은 물, 크고 작은 생명들, 넋, 통일, 참 평화, 밥, 휴식… 우리가 소망하는, 떠나간 모든 것들 기쁘게 돌아오라. 부디 돌아오라!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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