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가는 길 제주의 준비와 대응은](11)[제3부. 장수의 섬, 고령친화도시로(4)어떻게 할 것인가]

[초고령사회로 가는 길 제주의 준비와 대응은](11)[제3부. 장수의 섬, 고령친화도시로(4)어떻게 할 것인가]
고령사회 진단 없인 처방 한계…노인 종합 실태조사 서둘러야
  • 입력 : 2017. 06.08(목)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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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주거·건강서비스 등 제주 고령친화도 기대 이하

실태조사 제대로 안돼 한계 치매 관리 종합대책 등 시급




누구나 언젠가는 노년을 맞이하게 된다. 노년기도 지금보다는 훨씬 길어진다. '건강하고 활기찬 100세 시대', '노인이 행복한 제주'는 강 건너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제주사회가 직면한 화두다.

 고령친화도시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고령친화도시는 어르신들만 많이 모여 거주하는 도시가 아니라 누구나 평생 살고 싶은 곳이다. 노인들이 이동권, 거주 공간 등 생활주변 소소한 것에서부터 안전·편안·쾌적함과 행복함을 체감해야 고령친화도시라 할 수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이하 GNAFCC)'는 인증 제도의 개념이 아니다. 회원이 됐다고 노인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GNAFCC는 전 세계 고령사회 및 노인복지 선진도시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제주사회가 스스로 고령친화로 탈바꿈시켜 나가야 한다.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이미 가입한 일부 지자체에서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사실은 국제 타이틀이나 거창한 구호보다 노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실행'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GNAFCC가 제시한 주거, 교통, 사회통합, 의료 등 8개 영역을 기준으로 볼때 제주의 고령친화도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의 '제주지역 고령친화도 평가연구'(2014)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연령이 높고, 소득과 학력수준이 낮으며, 배우자와 동거가족이 없고, 여성들의 경우 고령친화도를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결과 8개 영역 중 존중과 사회통합, 사회참여, 옥외환경과 건물 부문에서는 비교적 만족도가 높았으나 시민참여 및 일자리, 주거환경, 지역사회지원 및 건강서비스는 평균보다 점수가 낮았다. 고령친화도 평가점수는 응답자의 연령집단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을 보였다. 노인의 연령에 따라 다양한 정책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여성노인의 경우 옥외환경, 건물, 주거환경, 사회참여 및 일자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경로당은 다양한 연령대의 노인들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고 있어 여가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치매 관리가 매우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돼 있다.

 국내에서 고령친화도시를 가장 앞장서 추진중인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2010년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2020 고령사회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 때 고령사회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노인 욕구 조사,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 제정,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가입 전략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11년 7월에는 '서울시 고령친화도시 구현을 위한 노인복지 기본 조례'를 제정했으며 서울시복지재단이 중심이 돼 8개 이슈, 60개 전략과제로 이뤄진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서울어르신종합계획'과 1·2기 실행계획,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가입,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설치 등이 잇따랐다.

 제주사회 노인들이 마주한 문제는 일자리·건강·사회참여·지역사회서비스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다. 하지만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처방에도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시행하는 '노인실태조사'의 경우 제주에선 132명만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을 뿐이다. 이 조사만으로 도내 노인들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연령·소득 계층별로 복지수요 등이 차이를 보이는 점을 들어 노인 집단을 세분화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시영 선임기자·김지은기자



노인복지 청사진-실태조사 연계 필요

고령친화도시 실행 1370억 필요…문 대통령 "치매 책임제" 의지
노인실태조사는 복지 기초자료…도정 리더십, 민관협력체계 절실
노인 세대 적극 동참 유도해야…조직 재편 연구 활성화도 과제


지난달 17일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제45회 어버이날 행사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경민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했던 '국가 치매책임제' 실현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치매환자 유병률 전국 1위인 제주지역의 치매센터가 추가 시설될 지도 관심이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서울지역 한 요양원을 방문해 치매환자와 가족, 종사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치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문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6월말까지 복지부에서 치매 국가책임제의 구체적 방안을 보고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전국치매센터 47곳중 40곳이 서울에 집중된 점을 강조하며 지역에 시설확충을 우선 하겠다는 뜻을 내비침에 따라 제주도의 대책도 요구된다.

▶실행계획 예산 확보는?=제주 고령친화도시는 아직 갈길이 멀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제주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실행계획은 모두 40개다. WHO가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고령자 배려 8개 영역과 관련해 33개, 제주지역 특성을 반영한 과제 2개, 고령친화정책 유지·관리를 위한 과제 5개 등이다. 이 과제들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모두 1374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노인복지를 위한 과감한 예산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한 고령친화도시 실행계획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도정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가 중요한 이유다.

이와 연계해 도지사 자문기구인 노인복지정책위원회의 활성화, 부서간 정책실무협의회와 민간 중심의 협력 네트워크인 고령친화도시추진협의회의 가동, 어르신정책모니터링단의 성공적 운영도 과제다.

미 버지니아텍대학교 황은주 교수(주거학과)는 제주연구원과의 공동 국제학술세미나에서 "고령친화도시 평가항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며 정책 입안자의 리더십과 고령자의 사회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인복지 수요 실태조사 시급=제주도는 현재 '노인복지 및 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 연구를 진행중이다. 내년부터 5년간의 고령사회 기본계획이다. 노인복지와 관련한 실태조사와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제주도가 최근 착수한 '제주 청년 종합실태조사·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계획은 제주 청년만을 포커스 맞춘 것으로 일종의 청년정책의 가이드라인으로서 주목을 받는다. 내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5년간의 청년정책 청사진이다.

청년 실태조사는 '제주도 청년 기본조례'상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다양한 계층의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1대1 개별 면접으로 실태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제주청년들이 느끼는 정책 수요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지역특성을 반영한 청년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단기·중장기 추진전략과 세부 추진과제, 추진방향, 로드맵, 재원 조달 방안, 지원 체계 등을 도출한다.

제주도는 아직 노인 종합실태조사를 한 적이 없다. 이 조사는 노인복지의 기초자료로써 일정 주기별로 조사를 진행해 고령사회 및 다양한 노인문제(생활, 복지, 노동, 문화, 인권 등) 현안을 대처하는데 지침서로써 중요하다.

▶조직 재편·연구인력 확대는?=베이비부머 등 예비노년층과 노인복지 문제를 전담할 제주도청내 조직 재편과 더불어 제주연구원의 고령사회연구센터 활성화도 과제다. 고령사회연구센터 활성화는 고령친화도시에 대한 지속적 연구조사와 국내외 고령친화도시와의 정보교류 및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고령친화도시 조성은 도시계획가나 행정가, 노인복지 전문가, 노인들의 요구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하며 살기좋은 고령친화적 생활환경을 조성하는데 민간과 행정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도정의 정책적 의지, 행정의 일관된 기획과 집행, 전문가 집단의 선제적 연구와 전략 제시, 노인들의 적극적 요구와 동참, 노인복지 현장 활동가의 역량 결집, 그리고 지역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결집된 상호 협력체계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제주고령사회연구센터 고승한 박사는 "제주 고령친화도시 조성 사업은 행정뿐만 아니라 도민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선 도민들이 고령친화도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아울러 고령친화도시 조성 과정에서 행정, 노인문제 및 복지 관련 단체(기관),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공감대 형성과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7월 고령친화도시 가입을 계기로 고령사회 노인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단계별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 김지은·송은범·양영전기자, 고령사회연구센터=고승한 박사, 이서연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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