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수십억 사기범의 실체는?

[편집국25시]수십억 사기범의 실체는?
  • 입력 : 2017. 06.08(목)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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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어요. 유명 연예인들과의 친분, SNS에서 보이는 그의 화려한 모습이 신뢰를 줬으니까요."

최근 검찰에 송치된 수십억원대 사기범에 관한 이야기다.

제주동부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등의 혐의로 공연기획사 대표 김모(33)씨를 구속하고 지난달 24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3년 공연기획사를 설립하고 단기간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받거나 행사 유치를 위해 통장 잔고 증명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15명에게 약 92억원을 투자 받아 갚지 않은 혐의다.

경찰에 접수된 피해자 외에 또 다른 피해자 중 일부는 검찰에 직접 고발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김씨의 계좌를 조사해본 결과 범행기간 동안 거래한 인원은 100여명이며, 주고 받은 금액은 416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김씨의 범행은 기획사 운영을 위해 진 빚 1억원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으로 공연 개최가 어려워지자 김씨는 자금난에 빠졌고, 빚 1억원을 갚기 위해 같은해 8월부터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이전 빚을 갚는 속칭 '돌려막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돈을 빌리기가 생각 보다 쉬웠다. 일부 투자자들은 김씨가 유명 연예인들과 사적인 만남을 갖고,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화려한 모습을 보고 주저없이 돈을 투자했던 것이다.

김씨도 투자자 대부분이 가까운 지인이라 어떻해서는 갚으려고 했다. 하지만 애초에 수익 사업이 없었던 김씨는 1년 넘게 돌려막기를 이어오다 결국 잠적을 선택했다. 이후에는 경찰에 체포돼 수십억원대 사기범으로 전락해 버렸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의 사업 계획은 전혀 실체가 없는 허무맹랑한 것이었고, 타고 다니던 고급외제차는 임대차량이었다. 또 친분이 있던 연예인은 오히려 김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은범 행정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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