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3) 김영훈 도서출판 한그루 대표

[책과 사람](3) 김영훈 도서출판 한그루 대표
"작은 걸음이지만 천천히 갈게요"
  • 입력 : 2017. 06.1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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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처음 두 권의 제주 관련 기획도서를 내며 호평받은 김영훈 한그루출판사 대표는 "작은 걸음이지만 천천히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진선희기자

2008년 창립… 내년 10주년 앞둬 김지희 편집장 합류로 기획 늘어

작년 첫선 '제주 생활사'등 호평… 절판 시집 복간 시선집도 추진


출판사 한쪽에 놓인 서가엔 제주를 다룬 책들이 빼곡했다. 헌 책방에서 수십만원을 주고 산 비매품 도서도 있었다. 그는 제주를 알아야 제주에서 더 좋은 책을 빚는다는 생각에 제주 관련 자료가 나올 때마다 구입해왔다.

제주시 천수동로 2길에 있는 건물 1층을 임대해 자리잡은 도서출판 한그루의 김영훈 대표. 그는 2008년 홀로 출판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김지희 편집장이 합류하면서 두 사람이 디자인과 편집 업무를 각각 맡아 책을 만들고 있다. 김 대표와 김 편집장은 각출판사에서 인연을 맺었다.

한그루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

제주 토박이로 제주지역 출판사에 20년 가까이 몸담으며 출판일을 익힌 두 사람은 그간 여러 분야의 저자들과 만나왔다. 작년 첫 선을 보인 기획출판은 한그루의 그같은 장점이 드러난다. 고광민의 '제주 생활사'와 김순자의 '제주 사람들의 삶과 언어' 두 권이다. 이들 도서에 호평이 이어져온 만큼 곧 초판이 소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 혼자 출판사를 끌어갈 땐 기획출판에 손을 못댔다. 창립 초기 '제주의 새'(강창완 등 공저) 등을 펴냈고 수요가 꾸준한 아동문학을 의뢰받아 출간했다. 자비출판에도 효자가 있다. 지난 3월 '씨앗시선'으로 묶은 김정희 글·백금아 그림의 '할망네 우영팟듸 자파리'는 벌써 2쇄를 찍었다.

도서유통업체인 송인서적 부도 사태는 한그루에도 불똥이 튀었다. 다행히 큰 화를 면했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공모한 '송인서적 부도 피해 업체 출판콘텐츠 창작자금 지원' 사업에 뽑히면서 전화위복이 됐다. 고광민씨가 또한번 저자로 참여한 '마라도의 역사와 민속'을 올해 하반기 기획도서로 출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복간 시선집도 한그루의 새로운 구상 중 하나다. 절판된 시집을 살려내 새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처음 낸 시집에 애착이 크지만 자비출판에 부담을 느끼는 지역의 시인들을 응원하는 기획으로 2009년 나왔던 현택훈의 '지구 레코드'를 첫 대상으로 정했다.

서울의 대형서점과 직거래를 하고 있지만 매대에 지역출판사인 한그루의 책표지가 얼굴을 내미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다. 맨아래 자그만 나무 그림이 그려진 책등으로 존재감을 알려야 한다. 하지만 기획만 좋으면 언젠가 더 많은 독자와 만날 거라고 본다.

김 대표는 "종이의 원료가 되는 나무 한그루처럼 출판사로 들어오는 원고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며 "욕심없이, 작은 걸음이지만 천천히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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