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유니버셜 디자인, 생활인프라 확산을 준비하고 있는가?

[월요논단]유니버셜 디자인, 생활인프라 확산을 준비하고 있는가?
  • 입력 : 2017. 07.10(월) 00:00
  • 김태일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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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더불어 사는 세상과 가치의 중요성이 유독 강조되고 있다. 사회 복지의 전문용어로 한다면 노말라이제션(Normalization)이다. 사회의 고령화, 저출산 문제, 1인 및 2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구조가 전반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념으로서의 노말라이제션은 최근 주택정책과 복지정책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주어 사회적 약자도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계획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장애인 혹은 비장애인이라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각종 편의시설물 만들기 뿐만 아니라 고립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접촉을 늘리는 지원망의 확충도 포함되는 개념이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 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최소한의 인권이라 할 수 있다.

주거환경의 정비 및 개선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고령자 및 어린이,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 자신들에 있어서 '주택에서 시설로, 시설에서 주택으로의 이동에 대한 안전하고 편리한 접근성의 보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휄체어대응 자동차와 같은 설비적인 측면에서의 접근과 경사로, 평탄한 길 조성과 같은 비설비적인 접근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유지 및 관리에 대한 비용 등을 고려하여 도시건축공간의 설계단계에서 설비적인 측면과 비설비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핵심적인 사항을 중심으로 생활공간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자동차로부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육교나 승강기 등을 구성되는 입체적 혹은 평면적 보차분리가 필요하다. 둘째, 의자 혹은 가로등 가로수 등이 보행자에게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계획되어야 하고 이들 거리가구를 활용하여 이동을 위한 표시 기능물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셋째, 각종 안내정보의 제공을 위해서는 사람의 이동이 많은 장소에 음성이나 화상에 의한 안내 정보시스템이 제공됨으로써 시각장애자나 청각장애자들도 손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지역사회내에서 각종 편의시설들이 적절히 분포하고 있고 이들 시설로의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몇 주 전 장애 관련 협회가 개최한 유니버셜 디자인 확산을 위한 토론회의 내용들은 관련부서에서 진지하게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논의의 핵심적인 사항은 크게 3가지 정도였다. 첫째는 확산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 둘째는 행정기관과 장애관련 단체간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 셋째는 유니버셜 디자인 가이드라인수립용역에도 장애관련 협회 및 유관조직의 의견을 충분하고도 적절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 넷째는 장애단체를 비롯하여 일반시민, 주부,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사업추진체계였다. 인권으로의 유니버셜 디자인이 왜 확산되지 못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내용들이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삶의 질적 문제이자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긴 안목으로 차분하고 꼼꼼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문제가 없는지, 부서간의 협력은 잘 되고 있는지, 우선 순위의 사업설정과 내용들이 합리적인지, 물리적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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