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산록도로~궤물오름~큰노꼬메 분화구~큰노꼬메 정상~족은노꼬메~국유림 임도~고사리밭~어음천~큰노꼬메 주차장

[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산록도로~궤물오름~큰노꼬메 분화구~큰노꼬메 정상~족은노꼬메~국유림 임도~고사리밭~어음천~큰노꼬메 주차장
오름 숲에서 취한 건 사람의 마음이어라
  • 입력 : 2017. 07.13(목)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궷물오름에서 바라본 노꼬메오름의 모습. 강희만기자

작은 한라산이라 불리는 서쪽 대표 오름 큰노꼬메
숲이 선사하는 시원한 바람·맑은 공기로 에코 힐링
산수국·산딸기·오디 등 오감 충족 숲의 선물 한가득



장마 소식에 이어 새벽에 살짝 다녀간 비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작년 에코투어 기억은 비에 젖은 도시락을 먹는 게 다반사일 정도로 비날씨가 유난히 많았다"며 "올해, 특히 이번 투어는 산행하기에 너무 좋은 날씨"라며 초반부터 투어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비 오는 날도 운치 있어요"라고 답한 어느 탐방객의 말처럼 에코투어의 가장 큰 묘미는 날씨, 시기, 계절 등에 구애받지 않고 찾을 때마다 같은 느낌이 아닌 새로움을 주는 색다름 때문일 것이다.


탐방객들은 가볍게 몸을 풀고 첫 목적지인 궤물(궷물)오름으로 향했으나, 이내 지천으로 널린 산딸기로 인해 시작부터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푸른 이파리들 속에 숨은 산딸기들은 너도나도 붉은빛을 발하며 꽃보다 더한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곳곳에 퍼진 그 미(美)에 탐방객들은 손이 가기보다 먼저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뜻밖의 선물로 더디게 도착한 궤물오름 정상에선 다음 코스인 큰노꼬메오름이 선명하게 보였다. 오름 중에서도 6번째로 높은 오름이자, 서쪽을 대표하는 오름인 만큼 제법 높은 산세를 이루고 있었다. "생각보다 높고 험해 보인다"고 일부 놀라는 탐방객들에게 "같이 힘을 내서 오르다 보면 금방”이라 격려하면서 각자가 준비한 오이,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사탕 등의 간식거리를 서로 나누기도 했다.


산수국으로 뒤덮인 족은노꼬메 둘레길.

다시 시작된 여정. 잣성길을 지나 삼나무 숲을 들어서자, 수분을 머금은 시원한 산바람이 데워진 몸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새벽비와 이슬에 살짝 젖은 흙은 푹신한 감촉을 더 해 주었고, 짙은 풀 내음이 코를 간지럽게 했다. 밖은 여름 날씨가 분명한데 숲 안은 마치 다른 영역 안에 있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한기가 느껴진다는 말에 이권성 소장은 "지금 쉬고 있는 곳이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시원한데, 노꼬메 분화구 바닥에서 올라오는 바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음천을 따라 내려오고 있는 탐방객들.

그 맞바람을 맞으며 내려간 분화구는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정도로 수풀로 잔뜩 뒤덮여 있었다. 세월이 더해진 자연의 울창함에 감탄하면서 분화구를 지나 노꼬메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허리까지 와 있는 조릿대를 헤치고 올라가는 등산로 같지 않은 길은 마치 정글 탐험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에코투어 길목에서 마주친 옥잠난초.

이번 탐방객 중 최고령인 정신종(78·제주시 일도2동)씨는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으로 다른 탐방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는 "요가나 수영, 달리기 등으로 체력 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숲과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한 후 "또래 어르신들도 같이 동참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함께 드러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긴 등산로를 따라서 얼마나 올랐을까. 노꼬메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에 들어서니 한라산이 지척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도착한 정상(해발 835m). 제주 서쪽 애월 앞바다와 크고 작은 오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직접 올라와 보니 노꼬메오름을 작은 한라산이라 부르는 까닭이 반드시 애월과 한라산 중간에 위치한 지리 탓만은 아닌 것 같았다. 탁 트인 시야와 장경을 뒤로 하고 족은노꼬메로 방향을 틀었다. 족은노꼬메쯤이야 싶었는데, 족은노꼬메오름(해발 774.4m)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게 자연림이 우거져 있었다.


두 오름 등반을 마치자, 이번엔 숲과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도 되는 듯 산딸기와 함께 만발한 산수국이 탐방객들을 반겼다. 색 변이가 많아 도채비(도깨비)꽃이라고 불렸다는, 산수국으로 뒤덮인 길을 지나는 건 걷는 내내 감탄의 연속이었다. 수국길을 지나자 이번엔 산뽕(오디) 열매가 우리를 맞이했다. 삼삼오오 모여 따 먹는 산열매 맛은 방금 전 먹은 점심을 무색하게 했고, 탐방객들은 이미 오감이 흠뻑 취한 듯 했다.


탐방객들이 노꼬메오름을 올라가고 있는 모습.

산열매와 꽃길로 쭉 이어진 평지를 따라 걸으며 '이젠 힘든 코스는 끝났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서쪽 하천의 발원지이자 일반인들은 쉽게 올 수 없어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어음천을 따라 거꾸로 내려가는 건,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자갈밭을 지나고 돌 틈을 타고 내려오면서 서로 잡아주고, 코스가 힘이 들겠다 싶으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가 돌아가는 길을 찾아 안내해 주면서 탐방객들은 어느새 동심(童心)으로 하나가 돼 있었다.


에코투어 신청 4수 만에, 그것도 대기로 있다가 가까스로 참여하게 됐다는 신승훈(41·서귀포시 서호동)씨는 "에코투어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직접 참가해 보니 알 것 같다"면서 "흔히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코스를 이렇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갈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으로, 여러 번 올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계곡 끝에 다다르자 모두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라며 서로를 격려해가며 숲길을 돌아 종착지인 주차장으로 나왔다. 그제야 숨이 탁 막히는 땡볕 같은 무더위를 인지, 탐방 내내 숲이 안겨 준 고마움을 새삼 깨달으면서 이번 에코투어의 아쉬운 일정을 마무리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08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