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제주 농산물의 반성

[월요논단]제주 농산물의 반성
  • 입력 : 2017. 07.24(월) 00:00
  • 현해남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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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산 제주 농산물이 대박을 쳤는데 무슨 뜬금없는 반성이냐고 반문하는 농업인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박수를 치기보다는 반성할 점이 너무 많다. 농가의 노력보다는 하늘이 도와준 측면이 더 크기 때문이다.

도시근로자의 상위 20%의 소득은 하위 20%보다 5~6배 높다. 농산물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낮은 품질의 농산물은 물류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언제나 최고의 농산물에만 눈길을 주기 때문이다.

2106년산 감귤 생산액이 9000억을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기상환경, 정책지원, 농가 자구노력의 성과라고 해석하지만 농가 자구노력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정책적으로 미숙과와 강제착색을 적극적으로 막은 효과는 있지만 여름 가뭄과 고온이 이어지면서 소비자가 좋아하는 소과가 많았고 9월 말의 잦은 비 날씨로 산 함량이 낮아진 덕분일 것이다. 하늘의 도움이 없으면 언제 다시 2015년처럼 하락할지 모른다.

월동채소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무와 양파가 가격이 좋았던 이유는 가뭄으로 인한 파종지연과 태풍 때문에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줄어든 덕분이다. 기상이 도와준 것이지 농가의 자구노력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양배추도 하늘이 도왔다. 9~10월 사이에 잦은 강우와 일조량 부족으로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근은 정말 하늘이 도왔다. 파종기인 8월의 고온과 가뭄으로 재파종을 해야 했다. 생육기에는 태풍까지 불어줘서 생산량이 41%나 줄어들었다.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한라봉의 전체 생산액은 조금 늘었지만 체감경기는 싸늘하다. 앞으로 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육지부 한라봉과 경쟁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크다.

육지에서 한라봉은 전남지역에서는 "하나봉", 경북지역에서는 "신라봉"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홍보문구는 간단명료하다. "한라봉보다 맛있는 하나봉, 신라봉"이다.

제주 한라봉 농가는 하나봉과 신라봉의 품질이 높은 이유를 하늘이 돕는다고 얘기한다. 겨울철 일조량이 많고 토양수분 스트레스가 쉬워 당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말이다. 농가의 노력 차이다.

한라봉은 겉과 속이 다른 과일이다. 겉은 익은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덜 익는 과일이 한라봉이다. 하나봉과 신라봉은 겉과 속이 모두 익는 2월이 다 되야 출하한다. 제주 한라봉은 겉만 익으면 당도가 낮고 산함량이 높아도 늦가을부터 출하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한라봉을 구입할 때는 불안해하고 하나봉이나 신라봉을 구입할 때는 두 배가 넘는 가격에도 안심하게 한다.

도내 농협 한라봉 선과장에는 많은 비파괴선과기가 있다. 그러나 비파괴선과의 필요성에는 귀를 닿고 개별출하로 아무 때나 속이 익든 말든 겉만 익으면 출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한라봉은 망한다.

육지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가격을 받는 농산물이 많다. 가지 하우스 재배는 평당 15만 원 이하 받으면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제주에도 꾸준하게 좋은 가격을 받는 참다래, 딸기가 있다. 정책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회사원처럼 농장으로 출근해 꾸준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좋은 기술교육이라면 자기 것으로 만드려는 노력 덕분이다.

제주 겨울철 농산물은 하늘을 보며 농사짓는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품질을 높이고 생산량을 조절해야 좋은 가격을 받는다는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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