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128)제주시 노형동 마님순대

[당찬 맛집을 찾아서](128)제주시 노형동 마님순대
신선한 제주산 재료 사용해 100% 수작업
  • 입력 : 2017. 08.11(금) 00:00
  •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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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순대'의 모듬순대와 순대국밥, 뼈다귀탕. 강희만기자

바빠도 '직접 만든다' 원칙 지키며 16년째 변함없는 맛
전수받은 비법에 '배지근함' 더해… 순대국밥은 별미

날씨가 널을 뛴다. 비가 쏟아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폭염이 이어지는 하루. 오락가락한 날씨 때문에 기운이 더 빠지는 요즘이다. 입맛이 없어 식사도 거르게 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음식으로 몸의 기운을 돋아주는 것이 좋다. 식사와 함께 또는 식사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순대도 여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도내에서 순대로 유명한 곳이 많지만 마님순대는 직접 만든 순대를 내어놓는 숨은 맛집이다. 마님순대의 맛은 모두 좌금순(59)씨의 손에서 시작된다. 16년 전 한 달동안 유명 순대 명가에서 찹쌀순대 비법을 전수받아 온 그는 본래 맛에 '배지근함(기름기 있으면서 든든하고 따뜻하다)'을 더해 제주사람들이 좋아하는 순대 맛을 만들어냈다. 주방일을 돕던 형제들이 한 명씩 분점을 내 모두 3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좌금순씨의 손맛을 직접 맛보고 싶다면 노형점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역시 모듬순대와 순대국밥이다. 모듬순대와 순대국밥의 핵심인 순대는 16년째 식당에서 직접 만들고 있다. 당일 도축한 재료를 다듬고 속을 넣어 삶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오후에야 따끈한 그날의 순대가 나온다. 오전엔 전날 만들어 보관한 순대를 내어놓는다. 신선함과 정성 때문일까. 마님순대는 돼지냄새를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순대의 쫀듯함과 야채의 단맛이 가득했다. 모듬순대엔 찹쌀순대를 베이스로 한 마님순대와 더불어 막창과 대창, 머리고기, 간 등이 함께 나온다. 찬으로 나오는 양파장아찌는 순대와 궁합이 그만이다. 순대의 느끼함을 단숨에 잡는 양파장아찌는 전날 미리 담궈 아삭함이 살아 있다. 게다가 수증기의 은은한 열기가 먹는동안 순대를 따뜻하게 데워 처음 나왔을 때와 같은 맛을 계속 즐길 수 있다.

순대국밥에는 순대와 더불어 전날 저녁부터 당일까지 모두 4번 우려낸 육수가 들어간다. 본래 순대국은 숙취해소, 간장보호, 중금속 등 독성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진한 육수 덕에 몸을 보하는 느낌이 배로 든다. 콩나물도 함께 들어가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뼈다귀탕과 고기국수에도 순대국밥과 같은 육수를 넣어 깊은 맛을 더했다.

메인인 순대는 물론 육수와 반찬까지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은 고된 일이다. 때문에 손님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주방은 바쁘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직접 만든다' 원칙을 버리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좌금순씨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오빠 좌금성(60)씨는 "모든 것을 직접 만들면 냉동 순대를 내어놓는 곳보다 품도 돈도 많이 들지만 처음과 같은 맛, 변하지 않는 맛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 "'마님순대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말, 그게 바로 저희 자존심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직접 만들어 팔면 돈은 안되지만 밥은 먹고 살 수 있어요. 밥만 먹고 살아도 돼죠"라며 웃었다.

마님순대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이며,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고 연중 운영한다. 메뉴는 모듬순대 대 3만5000원·중 3만원, 순대국밥 7000원, 뼈다귀탕 7000원, 고기국수 7000원, 순대 한 접시 1만원 등이다. 제주시 원노형 81. 064-747-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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