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환 에코제이푸드 대표. 강경민기자
자체 브랜드 플래닛제주
제주 특산품 활용해 개발
제주 대표하는 빵 만들어
홍콩 등 세계 수출 목표
제주 생활을 시작한 지 4년차인 정석환(44·사진) 에코제이푸드 대표. 그는 제주의 청정 식재료를 주원료로 제주형 베이커리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현재 에코제이푸드 빵은 제주의 청정 재료와 맛을 내세워 호텔·리조트·카페는 물론 김포공항 국내선까지 진출했다. 자체 브랜드인 플래닛제주(Planet Jeju)를 개발해 일본·홍콩 수출까지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접고 제주로 향할 때만해도 꿈꾸지 못했던 일이 하나 둘씩 현실화 되고 있는 셈이다. 가족과 제주에서 살기 위해 도전한 베이커리사업은 이제는 제주에서만 이룰 수 있는 꿈이 됐다.
해외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오봉팽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정 대표는 2014년 8월 제주행을 결정했다. 바로 정씨 딸의 건강 때문이다. 정씨의 딸은 어릴 때부터 갑작스럽게 경기를 일으키는 '열성경련'을 앓고 있다. 정도도 심한 편이라 우리나라와 의료체계가 다른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해 매년 제주를 찾았다. 1년에 적어도 20일을 제주에 머무는 생활이 10년동안 계속됐다. 제주에서 머무는 동안 아이는 단 한번도 열성경련 때문에 응급실을 찾지 않았다. 정 대표는 그 이유 하나로 제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그 때 제주다움을 살린 빵이 떠올랐다. 10년간 '빵쟁이'로 살아온 그에게 제주의 빵은 아쉬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호텔·리조트 등에서도 제주의 좋은 재료를 살린 맛있는 빵을 맛보기 어려웠고, HACCP 인증을 획득한 빵 공장도 없었다. 그는 제주의 청정재료로 맛있는 빵을 만들면 시장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이에 가족과 함께 제주에 살기 앞서 전 직장 동료 8명을 설득해 베이커리사업을 시작했다. 일가 친척 하나 없는 제주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기였다. 제주산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무작정 동네를 찾아 어르신들께 묻고 또 물었다. 그렇게 하나 둘 제품을 만들어 놓으니 판매가 문제였다. 다시 '3년 동안 제주를 미친듯이 영업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거래처가 없으니 직원 모두가 빵을 들고 나와 호텔·리조트 등을 방문했다. 쫓겨날 때가 많았지만 슬쩍 맛보기용 빵을 두고왔다. 낮에는 영업을, 저녁엔 동료들끼리 모여앉아 하루를 되돌아보는 생활이 반복됐다. 게다가 2015년엔 메르스까지 터졌다.
하루하루를 견디는 생활 속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창업기원지원자금을 제주도청과 제주TP 등으로부터 다양한 사업화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점점 맛보기용 빵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빵을 먹어본 업체들이 '맛있다'며 거래 의사를 밝혀왔다. 거기에 각 업체의 특색을 더해 한라산케이크, 한라봉머핀, 간세 심볼쿠키 등을 제작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거래업체는 2015년 0곳에서 2016년 150곳으로 확대됐고 사업은 올해 전년대비 250% 성장했다.
지난해부터 가족들과 함께 제주생활을 시작한 정 대표는 이제 제주다움을 담은 빵을 무기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정 대표는 "힘든 시기를 묵묵히 견뎌내 준 직원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도쿄바나나빵과 같이 제주산 재료로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시그니처 빵을 만들어 세계에 수출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