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발생하면 별도 정산 거친 뒤 전액 반납해야
제주문화예술지원사업 공연 상당수 무료로 진행
공연단체 경쟁력 강화 내세웠지만 자생력만 약화
제주연극협회는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제26회 소극장 연극축제를 무료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엔 '2000원의 행복'이란 이름으로 소극장 축제 입장료를 대폭 낮췄던 그들이다. 하지만 올해는 아예 관람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해 600건 넘는 공연 열리지만…=제주문예재단이 내는 2016년 제주문예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벌어진 음악 공연 471건, 연극 135건이다. 하루에 한 건 이상 음악회가 열리는 등 600여회 공연이 이어졌다.
이들 행사 중에는 무료 공연이 적지 않다. 제주문예연감 자료에 유·무료 공연 구분을 해놓지 않아 그 비율을 정확하게 셈하긴 어렵지만 제주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된 공연 중 대부분이 무료로 시행된다.
이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를 누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보다는 '울며 겨자먹기'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비나 지방비를 받아 사업을 진행할 때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정산해 고스란히 보조금 지원 기관에 돌려줘야 하는 탓에 상당수가 무료 공연으로 올려지는 것이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보조사업이 완료된 때에 그 보조사업자에게 상당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보조금의 교부 목적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이미 교부한 보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가에 반환하게 하는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되어있다. 제주도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 역시 마찬가지다.
▶"광역재단 차원 조항 수정 요구 추진"=제주연극협회가 소극장 축제를 무료로 기획한 건 보조금법 때문이다. 유료 공연일 경우 별도의 정산을 거쳐야 하는 만큼 아예 무료로 시행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제주연극협회 관계자는 "무대 한편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유료 공연으로 해야 맞겠지만 행사 수익을 극단을 위해 쓰지 못하는 보조금 사업에서는 입장료를 받는 게 오히려 번거로운 일이 된다"고 말했다.
제주문화예술지원사업의 수익금을 재투자할수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같은 해 동일 사업에 한정돼 현실성이 떨어진다. 수익금을 자부담에 포함하는 방법도 있지만 자부담이 폐지되면서 이마저 실효성이 낮다. 공연단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사업임에도 보조금 의존도가 커지면서 오히려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경훈 제주문예재단 이사장은 얼마전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이에대한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이사장은 "보조금법에 따라 수익이 생겨도 반납해야 해서 공연 예술인들은 더 이상 티켓 판매를 위해 뛰어다니지 않는다"며 "입장권 판매 등으로 관객 확보에 애쓰는 단체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차원에서 관련 조항 수정을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