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의 대표 메뉴 한치고니아귀찜. 강희만기자
반건조 과정 거쳐 꾸떡꾸떡한 식감 풍미 더해제주시수협서 모친 직접 경매로 고른 재료 공수아귀지리에 제육볶음 더한 정식 '푸짐한 한상'
한 해 중 아귀의 맛이 가장 좋다는 계절이 눈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아귀의 모든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제주시 아라동의 홍키호테를 추천한다. 아귀찜, 아귀 지리, 아귀 튀김 등 각양 각색의 아귀 요리를 만날 수 있다.
홍키호테는 지난 2015년 1월 문을 연 아귀 요리 전문점이다. 건물 외관, 내부 인테리어에서부터 여느 아귀 식당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코발트 조명 아래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 와인바, 벽면을 장식한 그릇 공예 작품들까지. 마치 서양식 레스토랑에 들어온 것 같다.
김홍기(43) 홍키호테 대표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부인 김수지(40)씨가 아귀찜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과거 목수 일을 한 경험을 살려 내부 인테리어를 손수 챙긴 김홍기(43) 홍키호테 대표는 "적어도 저희 가게에서 만큼은 손님들이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키호테의 대표 메뉴는 한치와 고니를 넣어 만든 한치고니아귀찜이다. 한치가 고명처럼 들어간 게 이색적이다. 김 대표는 한치와 고니, 아귀를 함께 삶은 물에 멸치로 우려낸 육수를 더하면 감칠맛이 한 껏 더 살아난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는 한치 값이 비싸 고충이 많았지만 이 감칠맛 때문에 한치를 넣는 걸 포기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홍키호테의 아귀찜은 말랑말랑하기 보단 꾸덕꾸덕 말린 생선에 가까운 식감을 나타낸다. 반건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 차례 삶아 낸 아귀를 일정 시간 자연 건조시킨 뒤 양념장, 육수와 함께 볶아낸다. 번거로운 과정이지만 독특한 식감을 선보이기 위해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귀 살은 튼실하다. 원재료가 좋기 때문이다. 홍키호테는 모든 아귀를 제주시수협을 통해 공수해 오는데, 김 대표의 어머니가 직접 경매에 참여해 고른 씨알 좋은 아귀가 요리에 쓰인다. 여기에 생미나리와 손으로 일일이 다듬은 콩나물을 넣어 아귀찜의 향과 식감을 끌어올린다.
홍키호테에서는 아귀찜을 주문하면 귤샐러드가 함께 딸려나온다. 귤과 새싹채소, 양상추, 방울토마토에 김 대표가 직접 만든 오리엔탈 소스로 맛을 냈다. 상큼한 샐러드는 식전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밑반찬 중에서 조기포 조림이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어머니가 만든 조기포 조림을 손님 상에 내고 있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하다. 조기포 조림을 맛보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란다.
홍기호테는 점심시간에만 파는 한정 메뉴로 아귀지리 정식을 선보이고 있다. 아귀지리와 제육볶음으로 차려진 정식은 단돈 8000원에 즐길 수 있다. 맑게 우려낸 아귀지리 국물 맛은 복어 맑은 탕의 맛과 가깝다.
직접 만든 지리초(생선의 비린 맛을 잡고 상큼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간장, 식초, 설탕 등을 넣어 만든 소스)와 청양고추를 넣어 첫 맛은 시원하고, 뒷 맛은 칼칼하다. 생미나리와 생표고를 곁들여 향긋함을 더했다. 지리에 있는 아귀살은 복어살보다 훨씬 탄탄한 식감을 뽐내고 있었다.
귤샐러드
지리에는 살이 잘오른 아귀 부위 4~5덩어리가 들어가있어 굳이 제육볶음이 없어도 든든한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그렇다고 제육볶음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매콤한 불맛을 살린 제육볶음과 맑은 국물을 자랑하는 아귀 지리는 찰떡 궁합이다.
평소엔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아귀 요리도 홍키호테에선 즐길 수 있다. 아귀 대창찜, 아귀 칠리샐러드, 아귀튀김 샐러드 등을 선보인다.
가족단위 손님을 위한 배려도 엿보인다. 제주산 돼지 등심으로 만든 돈까스와 김 대표가 직접 포를 떠 만든 생선까스는 어린이 입맛을 겨냥한 메뉴다. 여기에 유아 전용 놀이방도 갖추고 있다.
홍키호테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매주 일요일은 쉬며, 오후 3시부터 4시반 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다. 문의 064-757-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