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도두 하수처리장시설 현대화 사업 서둘러야

[백록담]도두 하수처리장시설 현대화 사업 서둘러야
  • 입력 : 2017. 10.16(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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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두1동마을회가 단단히 뿔났다.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이 조성된 이후 25년 동안 기준치를 초과한 방류수가 도두동 앞바다로 배출돼 왔지만 제주도정은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했고 이번에 다시 땜질식 처방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제주하수처리장에서 지난 2016년 1월부터 7월 말까지 202일 가운데 197일 동안 총질소(T-N)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등 방류수 기준치를 넘어선 하수가 방류됐다.

제주도는 이같은 사실을 '쉬쉬'해오다가 언론을 통해서 들통이 나자 원희룡 지사가 급하게 수습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도두1동 마을회를 방문해 "도두지역이 도민전체를 대신해 막대한 용량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는 사실을 인식하고 가용재원을 투입해 악취발생을 최우선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제주도 실무책임자는 "976억 원을 투자해 4만t을 확장할 수도 있으나 이렇게 되면 2~3년 이내에 다시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수처리용량을 22만t 규모로 늘리고 시설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하수처리장을 지하에 설치할 경우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 사업에 3000억~4000억 원 규모의 투자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투자사업 추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도두동 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삶을 짓눌러온 악취로부터 해방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지난해 육지부에 있는 현대화 하수처리장을 견학시켜 주면서 지역주민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주민들의 기대감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제주도가 지난 9월 29일 하수처리장시설 현대화 사업을 뒤로 밀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956억원을 투입해 하루 13만t인 하수처리량을 17만t으로 늘리고 난 후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사업비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1단계 사업으로 증설된 17만t을 22만t으로 다시 늘리는 2단계 현대화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사실상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으로 주민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결사항전의 자세로 16일을 장례일로 지정하고 도두동의 앞날을 상여와 함께 제주도청 마당에 묻고 도두동의 앞날도 포기하겠다"고 선포했다.

제주도정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기 전에 땜질식 처방을 철회하고 악취 문제와 경관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현대화 사업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

하수처리장 현대화는 민간투자사업으로 하던지, 아니면 재정투자사업으로 하든지 준비 기간만도 2년 가까이 소요된다. 하수처리확장사업 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경우 비용 부담은 더욱 증가하게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전가된다.

인천시는 올해 초 당초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려 했던 승기하수처리장 지하화사업을 민간투자로 추진키로 했다. 승기하수처리장의 노후화와 주민들의 악취 민원 때문에 새로운 하수처리장 건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지난 2월 현 부지에 하수처리장 시설 지하화를 결정한 것이다.

제주도정은 더 이상 주민들을 우롱하지 말고 인천시처럼 하루빨리 제주하수처리장에 있는 모든 시설물들을 지하로 옮기고 그 위에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주민들이 지상에다 상업시설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그동안 본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하수 악취로부터 해방시켜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제자리에서만 맴돌게 해서는 안 된다. <고대로 행정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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