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말하는 제주어' 낸 강영봉 소장

[저자와 함께] '말하는 제주어' 낸 강영봉 소장
"제주바당이 가른 언어 입말로 풀어"
  • 입력 : 2017. 10.20(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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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봉 소장은 제주어를 '바람과 물살이 가른 언어'로 명명하며 그 말맛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진선희기자

"소한에 나간 안 들어온 지가 열흘 넘엇덴 허연게, 마기 살아만 시믄 좋키여."(소한에 나가서 안 들어온 지가 열흘 넘었다고 하던데, 행여나 살아만 있으면 좋겠어.)

'마기'는 '어쩌다가 그렇게' 또는 '어쩌다가 혹시'하는 뜻을 지닌 제주어다. 표준어 '행여'에 가깝다. 불확실하거나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가정할 때 사용한다.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제주어 중 하나다. 무자년, 제주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며 '마기'란 말을 되뇌지 않았을까.

제주대 명예교수인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 강영봉 소장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말하는 제주어'를 냈다. 인터넷 '제주도정뉴스'에 '제주어 한마디'란 제목으로 2008년 7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6년 반 동안 300회 넘게 연재한 글 가운데 256개 항목을 가려 뽑아 오탈자 등을 바로잡고 품사별로 분류해 550여쪽의 두툼한 책으로 묶었다.

거념허다, 거느리왕상, 낭강알, 버버작작, 산득산득, 아마떵어리, 오장가난 등 제주어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그 의미를 쉽사리 파악하기 어렵다. '제주바당'이라는 자연적 장애물이 언어 이동을 가로막아 낯설게 되었다는 강 소장은 그래서 제주어를 '바람과 물살이 가른 언어'로 불렀다.

마기·거념하다·오장가난 등
제주 민속과 문화 기반으로

256개 어휘 말맛 살린 예문


그는 이같은 '생경한' 어휘에 대한 국어학적 설명은 물론 제주의 민속·문화를 담은 예문을 더해 제주어의 말맛을 드러낸다. '문데기다'는 "그 창곰 이 밥방울로 문데경 부찌믄 잘 부틀거여."(그 창문 구멍 이 밥알로 문대어 붙이면 잘 붙을 거야), '조랍다'는 김매는 노래의 한 구절에서 따온 "검질 짓곡 굴너른 밧듸 조라움이 내 벗이로고나."(김 깃고 넓은 밭에 졸음이 내 벗이로구나)는 식으로 어휘마다 2~5개씩 예문을 제시했다.

일찍이 '동국여지승람'(1486)엔 '(제주) 촌백성의 말은 간삽하고, 앞이 높고 뒤가 낮다'고 기록됐다. 하지만 강 소장은 그보다 앞서 제주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 자료인 '삼국지'의 '오환선비동이전'에 제주를 칭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주호의 언어를 두고 한(韓)나라와 같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는 마한, 진한, 변한 등 한족이 세운 나라를 넘어 한반도 남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학 퇴임 후 오히려 읽고 싶은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강 소장은 제주시 영평동 제주어연구소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난다. '제주어 선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는 그는 제주어를 올바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아쉽다고 했다. 한그루.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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