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메리와 에옹이도 똑같은 생명이어라

[책세상]메리와 에옹이도 똑같은 생명이어라
인간·동물 교감 그린 '메리'와 '고양이 조문객'
  • 입력 : 2017. 10.27(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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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사람을 해친 일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개들이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고 집 밖으로 나서는 등 '펫티켓'을 지켜야 한다는 말도 많다. 지금처럼 동물을 애지중지 '반려' 상대로 여기기 전부터 사람 곁엔 동물이 있었다. 그것들은 지치고 상처난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또다른 생명체였다. '메리'와 '고양이 조문객'은 그런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어린이책이다.

안녕달의 새 그림책 '메리'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얀 개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다. 짐작하듯, 표제인 메리는 강아지 이름이다.

설날 아침, '우리도 강생이 한 마리 키우자'는 할아버지의 말에 아빠는 옆 동네에서 강아지 한마리를 데리고 온다. 자그맣고 하얀 '강생이'는 집에 처음 온 날 밤, 엄마를 찾느라 밤새 낑낑대지만 어느새 훌쩍 자라 '아무나 보고 짖지도 않고 꼬리만 흔들흔들' 하는 시골개가 된다.

마당에 놓인 개 집에 묶여 지내는 메리는 여느 시골개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동네 떠돌이 개를 만나 새끼 세 마리를 낳고 할머니는 그런 새끼를 이웃들에게 한 마리씩 보낸다.

손글씨로 써내려간 글은 소박하고 그림 속 풍경은 구석구석 실감난다. 해맑게 꼬리를 흔드는 메리 옆에 수북이 쌓인 개똥, 정돈되지 않는 시골 할머니의 방, 할머니 다리 위로 기어오르려 버둥대는 어린 강아지 등 개를 키워본 사람들은 배시시 웃음나는 장면이 펼쳐진다. 메리가 나이 들어 무지개 다리를 건너더라도 또다른 메리가 할머니 집에 둥지를 틀고 지금까지 그랬듯 주인의 외로움을 달래줄 것만 같다. 사계절. 1만2000원.

선안나가 글을 쓰고 이형진이 그림을 그린 '고양이 조문객'은 함박꽃 할머니와 고양이들의 교감을 그렸다. 방말련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고양이들이 조문을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양이들이 조문객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할머니의 막내 자식 이야기와 길고양이였던 에옹이 이야기를 통해 그 사연이 드러난다. 다들 할머니 덕에 목숨을 건진 고양이들이었다.

자식들이 틀니를 하라고 부친 돈까지 고양이를 위해 썼을 정도로 할머니는 굶주리고 아픈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고양이들은 할머니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위험한 찻길을 달려 빈소로 향한다. 에옹이는 함박꽃 봉오리를 할머니 영정에 바치며 꽃구름 타고 꽃길로 가길 빈다.

"할머니, 안녕히 가시라냥.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 고맙고 고맙다냥. 내가 못 갚은 은공은 고양이 하느님이 털 하나까지 헤아려 갚아 주실 거라옹. 꽃길로 가시라냥. 꽃구름 타고 가시라냥……." 봄봄.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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