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혀(권정현 지음)=1945년 일제 패망 직전의 붉은 땅 만주를 배경으로 했다. 중국인 요리사 첸, 관동군 사령관 모리, 조선 여인 길순 이 세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제의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부엌이라는 공간은 한·중·일의 역사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세 나라간의 공존가능성을 타진하는 무대로 등장한다. 2017년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다산책방. 1만4000원.
▶스크류바(박사랑 지음)=201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첫 소설집. 등단작인 '이야기 속으로'는 김승옥의 단편 '서울, 1964년 겨울'을 모티브로 삼았다. '누구나 알 만한 우리 시대의 고전을 차용하면서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이란 평을 받았던 소설이다. '#권태-이상'과 '높이에의 강요'는 기존 텍스트를 끌어들여 저당잡힌 청년들의 삶을 다룬다. 표제작 '스크류바'엔 모성으로 귀속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창비. 1만2000원.
▶금강(김홍정 지음)=조선 중종반정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당하기까지를 다룬 장편소설. 충청 지역에서 실제로 일어난 민중 반역사건인 '이몽학의 난'을 소재로 썼다. 역사 속에 실재했던 공동체적 자치조직인 대동계는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 '동계'로 등장시켰다. 충암 김정의 뜻을 받들어 신분이나 사농공상의 차별 없이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결사체로 부정부패에 빠진 조선사회에 역사적 전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솔출판사. 신판 전 6권. 각권 1만4000원.
▶하루코의 봄(유응오 지음)=퇴물 호스트들이 여자들을 상대하는 유흥주점인 '아빠방'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인물들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잔상이 드러난다. 일본의 룸살롱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하루코, 한때 호스트바 에이스였던 불새, 고문 후유증으로 자살한 형의 기억을 안고 사는 판돌이, 고아 출신인 깡패 승룡. 나락 끝에서 만났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놓는다. 실천문학. 1만2000원.
▶우화(서정오 지음)=우화는 세상일을 꼬집거나 일깨우려고 만든 이야기다. 옛 이야기를 좋아해서 틈만 나면 듣고 읽고 다시 쓰기를 즐겨해온 저자는 우화라는 틀을 빌려 세상을 읽으려 한다. 뭔가를 많이 가진 사람들을 풍자하는 이야기, 문명 세상에 딴죽을 거는 이야기, 세태를 꼬집는 이야기, 세상의 약자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이미 알려진 옛 이야기를 비틀어 쓴 이야기를 묶어놓았다. 보리. 1만3000원.
▶걱정에 대하여(프랜시스 오고먼 지음, 박중서 옮김)=걱정은 아무리 낮춰 말해도 변화무쌍하다. 걱정은 각기 다르고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걱정은 그 본성상 잡초를 닮았다. 걱정이 현대의 시대적 특징으로 자리잡게 된 과정을 문학작품과 문화사를 통해 살폈다. 현대 세계가 우리의 일상적인 불안을 형성하는 과정을 탐구한 저자는 이를 통해 걱정이 인간의 약점일 수도 있지만 감성과 이성을 가진 복합적 존재인 인간의 귀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문예출판사.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