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먹고, 자고, 쉬는 모든 공간에 배움이…

[책세상]먹고, 자고, 쉬는 모든 공간에 배움이…
전국 수백 곳 서원 답사 '한국의 서원'
  • 입력 : 2017. 11.10(금)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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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아닌 선비 마음 주목
소박하고 수수한 건물은
마음의 동요 막으려는 뜻

서원은 유교 성현을 기리고 그들의 학문과 사상을 계승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전국 곳곳에 세워진 사설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관료 양성을 위한 준비기구의 성격이 강한 중국의 서원제도나 학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서당과 달리, 자기 자신의 인격을 완성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았다.

주로 한적한 자연 속에 있는 서원은 궁궐이나 종묘처럼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장식이 없다보니 건물을 구경하러 오는 이도 많지 않다. 조선시대에 수많은 서원들이 세워져 정치-문화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것에 비하면 다소 초라하게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서원의 겉모습만 보는 것에 불과하다. 화려하고 웅장한 것을 마주하면 마음이 동요할 수 있기에 의도적으로 건물을 작고 수수하게 지은 것이다.

서원이 산수에 있거나 흐르는 물 사이에 있는 것은 교육 목표 중 하나가 심성을 맑게 하고 인간의 본성을 되찾는 심신 수양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고 그저 "풍경이 좋은 곳에 서원을 지었구나"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선비들은 배움의 길이 책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먹고, 자고, 쉬는 등 생활하는 모든 것에 배움의 뜻을 담아내려고 했다. 서원의 모든 공간에 교육 철학과 목표가 담겨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부를 할 때는 물론,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모든 순간에도 흐트러짐 없이 스스로를 다스리려는 선비들의 마음자리가 서원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의 서원은 봄과 가을의 제사 때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제사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고즈넉해진다. 현재 전국에는 600여개의 서원이 분포되어 있다. 그중 9개의 서원은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서원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서원을 다룬 책들은 주로 서원의 외적인 면에 주목했다. 하지만 '한국의 서원' 저자 허균은 눈에 보이는 유형의 것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무형의 정신을 알아내기 위해 전국 수백 개의 서원을 답사하여 그 속에 담긴 선비들의 넓고 깊은 사색의 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책 속에는 서원의 모습을 내용과 맞게 올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서원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유형적인 것이다. 시간이 흘러 건물들은 낡고, 꽃은 지고, 나무도 쓰러졌지만, 그 안에 새겨져 있던 마음만은 변함없이 남아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마음이 아닐까? 외면보다 더 깊은 내면의 세계를 이해해야 서원의 참 뜻을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다른세상.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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