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제주형 대중교통, 최적안인가?] (4)서울시의 성공한 대중교통체계 개편

[연속기획 / 제주형 대중교통, 최적안인가?] (4)서울시의 성공한 대중교통체계 개편
대중교통체계 개편 후 서울시민 버스 만족도 급상승
  • 입력 : 2017. 11.27(월) 2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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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200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버스를 중심으로 하는 대중교통체계를 도입했다. 개편된 대중교통체계는 도입 초기 혼선 같은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 시민들의 대중교통 만족도가 급상승하는 등 효과가 확인되며 국내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서울시 종로에서 진행되고 있는 버스전용중앙차로 조성 공사. 사진=특별취재팀

서울시는 우리나라 대중교통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는 지난 200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버스를 중심으로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했다. 현재는 익숙한 시내를 관통하는 중앙버스전용차로, 민간이 주도하던 버스 시장에 공적 기능을 부여한 준공영제는 서울시가 맨 처음 도입한 것들이다.



▶왜 서울시는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했나=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기로 한 건 교통 수용능력과 시스템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1991년 100만대 수준이던 서울시의 자가용 등록 대수는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기 직전인 2004년 초에는 215만대로 배 이상 불어났다. 교통 상황은 악화됐는데 대중교통 이용률은 제자리였다.

서울시민들이 버스 이용을 꺼렸던 이유로는 당시 버스업체가 '돈 되는 곳'에만 노선을 운영하고 '돈 안되는 곳'에는 버스를 투입하지 않아 승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는 점과 굴곡지거나 장거리 노선이 많아 버스 배차 간격이 길었다는 점 등이 손꼽힌다. 그렇다고해서 지하철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하철 노선 1개를 만들기 위해선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버스를 중심으로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한 이유들이다.

▶서울시의 실험 성공을 거두다 =서울시도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한 초기엔 큰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시간이 갈수록 달라지기 시작했다. 개편 1년 만에 중앙버스전용차로 구간에서 버스의 이동속도가 빨라졌고, 노선이 곳곳으로 분산되면서 버스 이용객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성공은 수치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서울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시내버스 1일 이용객은 2004년 382만7000명에서 지난해 482만8000명으로 11.8% 증가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중앙버스전용차로의 모습.

버스의 수송분담률은 27% 정도로 지난 2004년과 비교해 1.5%p 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199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수송분담률이 개편 이후 성장세로 반전된 것이 고무적이었다. 버스가 선전하면서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은 하락했다. 서울시 승용차 수송분담률은 2003년 26.4%에서 현재(2015년 기준) 23.0%로 3.4%포인트 감소했다. 이용객이 지하철과 버스로 분산되자 서울시의 교통흐름은 개선됐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도심의 차량 통행 속도는 시간당 20.2㎞로 지난 2003년보다 속도가 시간당 6.2㎞ 빨라졌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버스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었다. 서울시민들의 시내버스 만족도는 2006년 59.2점에서 지난해 80.8점으로 10년 만에 점수가 36.5%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는 이런 성과를 인정 받아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대중교통시책 평가에서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제주와 다른 중앙버스전용차로= 서울시의 대중교통 개편을 성공으로 이끈 것 중 하나가 버스만 다닐 수 있게 만든 중앙버스전용차로다. 7.6㎞로 시작한 서울시의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지난해 117.5㎞로 크게 늘었고 지금도 계속 조성되고 있다.

서울시의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제주의 '중앙우선차로'와는 그 모습과 운영 방식이 다소 달랐다. 제주와 달리 서울시는 차로 폭, 차로 개수, 도보 여건 등 기본적인 인프라 자체가 우수하다.

또 서울시에선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다닐 수 있는 차량이 버스로 한정된다는 점도 제주와 다른 점이었다. 제주는 전세버스, 택시도 중앙우선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사거리 등에서 직진 위주로 설계돼 있고 버스는 도로 한 가운데 설치된 정거장 이외에는 승·하차를 할 수 없다. 반면 택시는 정거장이 없기 때문에 승객을 승차하고 수송하려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들락날락 해야 해 사고 우려가 높고 버스의 속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었다. 또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기 직전인 2003년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버스전용차로에 택시 진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7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제주도는 택시와 전세버스도 중앙우선차로에서 운행할 수 있게 했는데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서울시와 달리 여론조사도 없었다. 단지 제주의 실정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것이 제주도가 지금까지 내놓은 이유다. 일각에서는 제주도가 중앙우선차로 이용 대상에 택시를 집어넣은 게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반대해 온 택시 업계를 달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준공영제의 부작용을 막아라=서울시는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준공영제란 개념을 도입했다.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 민영제의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다. 준공영제에서는 버스 노선·운영·체계에 대한 조정·관리권이 자치단체에게 있기 때문에 민영제에서 발생하는 노선 편중현상을 해소해 시민들이 차별 없이 안정적으로 대중교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민영제는 민간 버스업체가 노선과 요금 계획을 지자체에 제출해 허가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준공영제는 지자체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긴다는 큰 단점을 갖고 있다.

서울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버스 운행을 통해 얻은 수입을 일괄적으로 모아 버스회사에 각각 배분하는데 이 때 버스회사의 운행수입이 미리 책정한 표준운송원가(인건비와 연료비, 정비비, 적정 이윤 등 차량 한 대를 하루에 운행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적으면 이 부족분까지 보전해준다. 표준운송원가가 10만원이고 운행 수입이 7만이면, 3만원을 버스 회사에 지원하는 식이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후 서울시의 버스 이용객이 늘긴 했지만 물가인상률과 연동해 오르는 인건비, 운영비 수준에 맞게끔 버스 요금을 무턱대고 인상하기 어려운 국내 현실과 승객들에 대한 할인 혜택 등을 고려하면 적자는 불가피했다. 지난해만해도 서울시가 준공영제를 시행하며 버스회사에 보전해 준 예산은 5907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0년과 비교해 2000억원이 늘었다.

재정만 생각한다면 준공영제는 시행하기 힘든 정책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준공영제는 수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교통 복지정책이기 때문에 경제 논리로 바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항간에는 준공영제의 성패는 적자 분을 얼만큼 최소화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준공영제의 과실(果實)이 시민보다 버스회사에게 집중될 때이다. 자칫 준공영제가 버스회사 배만 불리는 제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서울시는 준공영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시내버스회사 평가 매뉴얼을 두고 있다.

서울시의 버스평가 매뉴얼은 촘촘하다. 버스회사를 상대로 ▷안전성 향상 ▷서비스 개선 ▷경영 효율화 등 3개 분야, 8개 지표, 30개 세부항목을 평가한다. 총 배점은 2000점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영업이익률이 나쁘거나 임원들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많으면 불리한 평가를 받는다. 또 사고를 냈다거나, 운전원 교육을 게을리하면 감점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저상버스 도입이었다. 안전관리 점검지표의 6개 세부항목의 배점을 모두 더해도 150점인데 1개 항목에 불과한 저상버스 도입은 130점이다. 이 때문에 현재 서울시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40%에 이르고 있다. 2004년 0.87%였던 저상버스 도입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서울시의 평가 매뉴얼은 제주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다만 제주도 관계자는 "우리도 내년부터 평가 매뉴얼을 만들기 위한 예산을 편성해 놓은 상태"라며 "매뉴얼은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되겠지만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이 평가 지표가 제주의 실정과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국토부 매뉴얼도 있지만 제주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표성준·이상민·송은범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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