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나면서 쌀쌀한 날씨와 함께 각 가정마다 김장 준비로 분주해지고 있다. 주부에게 겨울 채비의 정점은 뭐니뭐니해도 1년 밥상을 책임질 김장일 것이다. 요즘엔 김장을 하지 않는 집이 많아지고 있다지만 김장철에는 포장 김치의 매출이 급상승한다는 걸 보면 김장을 포기했지, 김치 먹는 것을 포기한 건 아닌 것 같다.
김치는 배추, 무, 기타 채소 등의 주재료에 소금, 고춧가루, 젓갈, 마늘, 생강 등의 부재료를 첨가해 저온에서 젖산 생성을 통해 발효시킨 저장식품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채소발효식품이다. 김치의 영양적 가치는 몇 해 전 미국의 건강전문지인'헬스(Health)'에 낫토, 요구르트, 렌틸콩, 올리브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될 만큼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치는 당질과 지방 함량이 낮으며 숙성기간과 관계없이 식이섬유의 함량이 많고, 무기질이 풍부한 저열량 식품이다. 동물성 재료인 젓갈은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다. 단백질이 분해돼 생기는 글루타민산, 핵산 물질과 휘발성 향미성분이 구수하고 감칠맛을 내어주며 영양성도 높여준다. 뿐만 아니라 김치의 숙성을 촉진시키는 역할도 한다. 잘 익었을 때의 김치는 젓갈과 생선의 단백질과 칼슘, 채소의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어우러진 영양덩어리다. 김치에 함유된 비타민 A, B, C의 양은 최적 숙성기에 가장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타민 B1, B2, B12 등은 발효 최적기에 초기의 2배까지 증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숙성되면 이러한 성분들이 감소한다고니 적당한 시기에 먹는 것이 좋겠다.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은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 작용을 도와주며, 비타민 A와 C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마늘의 알리신은 비타민 B1의 흡수를 도와 열량대사 활성화를 촉진하고, 살균력도 강화해 준다. 생강의 진저롤 성분은 식욕 증진과 혈액 순환에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보다 김치의 숨은 매력은 발효에 있다. 김치의 발효는 젖산균(유산균)에 의한 현상인데, 이로 인해 낮아진 산도로 유산균을 제외한 유해균의 생성이 억제되면서 장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 김치 발효에 영향을 주는 유산균은 크게 와이셀라(Weissella),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류코노스톡(Leuconostoc) 세가지인데, 이 중 류코노스톡속 유산균은 포도당을 대사해 젖산뿐 아니라 유기산, 만니톨, 이산화탄소, 알코올 등 다양한 성분을 만들면서 풍부한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김치가 유산균수는 비슷하지만 산도가 낮고 류코노스톡속 유산균 생성 비율이 높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김치는 역시 김장 김치라고 하는가 보다. 김치는 소금으로 배추의 숨을 죽이고 빼는 과정이 있어 염도가 높은 식품이니 많이 먹는 경우 나트륨 과잉 섭취의 우려가 있다. 적당량 섭취하는 것을 잊지 말자.
<제주대학교병원 영양집중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