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가장된 미소 너머 진짜 노동자들의 감정

[책세상] 가장된 미소 너머 진짜 노동자들의 감정
몸문화연구소의 감정 진단서 '감정 있습니까?'
  • 입력 : 2017. 12.08(금)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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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문화에 따라 다른 감정
관리·거세하려는 현실 속에
감정의 재발견 필요성 중요


인간만이 갖는 다양한 감정. '감정'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반일 감정', '감정 노동'과 같은 사회적 키워드를 생각하면 다분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물성을 지님을 알 수 있다. 이에 특징적인 감정들과 감정과 관련된 사회 현상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진단한 책 '감정 있습니까?'가 출간됐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에 소속된 문학, 법학, 철학 등 다양한 전공의 인문학자들이 공저자로 참여한 이 책에서는 같은 자극이라도 시대마다 사회마다 다르게 재해석되어 감정으로 표현되는 것에 주목하면 그 시대상을 읽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연애 감정, 혐오, 분노, 시기심, 수치심, 공포 등 한국 사회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감정들을 고르고 여기에 감정 코칭, 감정 방어, 감정 노동 등 현대 사회에 새로이 생겨난 감정의 모습을 보태, 감정이라는 키워드로 현 시대 우리의 모습을 살펴본다.

우리가 새삼 감정을 돌아보게 된 것은 감정에 위기가 도래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에 등장한 감정의 새로운 현상에서 나타나듯 주관과 예측 불가능의 영역에 속하는 감정을 일률적으로 관리하거나 거세하고 싶어 하는 현대의 무정함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이 감정을 획일화하고 통제하기 쉬운 것으로 만들거나 애초에 감정에 구애받는 일이 없도록 타인과 차단하는 모습은 감정이 사회적인 문제임을 반증하는 동시에 감정을 재발견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감정 있습니까?'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감정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관리되고 축소되고 단순화되어 상품의 하나로 변용된 감정 노동에 대해 논의한다. 본인의 자발적인 의지가 아니라 '갑'의 요구에 따라 감정을 상품화하는 행위인 '감정 노동'에 대해 자본을 걷어내고 가장된 미소 너머에 가리워져 있을 감정을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상품으로 내비치는 서비스 미소 이면에 가려진 진짜 노동자들의 감정이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제목과도 직결될 것이다.

"감정은 인간의 향수가 아니라 문화적·역사적 변수이다." 이러한 감정을 감추거나 가장하지 않고, 사회 현상에 대한 반응으로서 민중들이 갖게 되는 감정을 그대로 직시하는 것.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감정이 있음을 생각하고 인간적으로 배려하는 것. 나와 타인을 인간으로 재발명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감정 있습니까?'가 제안하는 건강한 사회상을 갖추는 길일 것이다. 은행나무.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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