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 (136)제주시 영평동 오후키친

[당찬 맛집을 찾아서] (136)제주시 영평동 오후키친
소박하지만 특별한 일본 가정식을 만나다
  • 입력 : 2017. 12.14(목) 2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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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키친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남쪽치킨 정식은 일본 미야자키 향토요리인 치킨난반 정식을 재현한 음식이다. 튀겨낸 닭다리 살과 샐러드, 밥, 미소된장국, 버섯볶음, 디저트로 구성돼 있다. 강경민기자

난반즈케로 맛 낸 남쪽치킨 정식 새콤·짭조름
독특한 일본식 비빔 마제면 입소문 타고 인기

일본 가정식은 소박하다. 한국에서 고등어 정식을 시켰다면 고등어와 밥 말고도 수 가지 밑반찬이 딸려나오지만 대개 일본에선 고등어에 밥, 국이 전부다. 더러 밑반찬이 있어도 가짓 수는 1~2개에 그치고 그마저도 간장종지만 한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자는 이런 일본 가정식을 절제됐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맞는 말 같다. 일본 가정식은 소박하기도 하지만, 정갈하고 흐트러짐이 없다. 제주에도 이런 일본 가정식의 특징을 잘 살린 식당이 생겨 눈길을 끈다. 제주시 영평동 영평초등학교 근처에 자리 잡은 오후키친은 정성스레 준비한 일본 가정식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맛집이다.

오후키친에 들어서니 주방과 바로 마주해 배치된 테이블부터 눈에 들어왔다. 국내에서는 이자카야 컨셉의 술집이나 초밥 전문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구조인데 일본에서는 대다수 식당이 이런 형태로 돼있다.

오후키친은 과거 일본에서 직장을 다녔던 강아연 대표(33)가 운영하고 있다. 제주에 돌아와서도 일본에서 맛 본 가정식을 잊을 수 없었던 강 대표는 2015년 5월 지인의 식당을 넘겨 받아 제주시 아라동에서 오후키친을 오픈했다. 오후키친이 지금의 영평동 자리로 이사온 것은 지난달 무렵이다. 오후키친은 일본 가정식 메뉴로 남쪽치킨 정식, 카라아케 정식, 함바그 정식, 크림카레 그라탕 정식 등 4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크림카레 그라탕

일본식 비빔면인 마제면.

오후키친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남쪽치킨 정식은 일본 미야자키 향토요리인 치킨난반 정식을 재현한 음식이다. 난반이란 원래 남쪽 오랑캐를 뜻하는 말인데, 일본에선 서양 요리와 접목시킨 일본식 요리로 통용되고 있다.

남쪽치킨 정식은 튀겨낸 닭다리 살과 샐러드와 밥, 미소된장국, 버섯볶음, 디저트로 구성돼 있다.

메인은 닭 다리살을 돈까스처럼 넓게 펴 달걀물과 밀가루를 입힌 뒤 튀긴 것인데, 튀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촉촉하다. 튀겨낸 닭 다리를 간장과 식초로 맛을 낸 난반즈케란 소스에 적셔냈기 때문이다. 또 신선한 냉장육을 골라 쓰다보니 속살의 식감이 부드럽고, 소스가 밴 겉 표면은 짭조름하면서도 새콤해 밥과 함께 먹기 좋다.

미야자키의 치킨난반 정식은 원래 더 짭조름한데, 강 대표는 한국인의 입 맛에 맞게 염도를 다소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튀긴 닭다리는 타르타르 소스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고소함이 더 살아난다. 디저트로는 푸딩을 주는데 계절에 따라 주재료가 바뀐다. 지금은 겨울이라서 귤 푸딩을 내고 있다. 오후 키친의 4가지 정식은 이렇게 메인 요리와 함께 밥과 국, 디저트로 구성돼있다.

크림카레 그라탕 정식도 오후키친의 인기 메뉴다. 요거트에 재운 부드러운 닭 가슴살에 토마토와 카레, 크림을 양껏 넣어 끓여낸 음식이다. 그라탕은 단품으로 먹는 게 일반적이지만 오후키친의 그라탕은 카레와 토마토를 주 소스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닭 가슴살을 모짜렐라 치즈에 돌돌 말아먹고 난 뒤 남은 크림카레에 밥을 비벼 먹으면 좋다. 일본식 고형카레를 잘 풀어 만든 카레와 크림, 토마토가 한 데 어우려져 부드러운 풍미를 뽐내고 있는데, 흡사 로제 파스타 소스에 가까운 맛을 냈다.

4가지 일본식 가정식 외에도 마제면이라는 메뉴가 눈에 띈다. 마제면은 일본식 비빔면이다. 면 위에 양념된 고기와 부추를 얹어 그 위에 마요네즈를 촘촘하게 뿌렸다. 달걀 노른자도 고명으로 얹혀 있다. 면으로는 우동면을 쓴다.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가 있어 다소 느끼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명 부추와 면 아래 숨어 있던 고추 기름이 느끼함은 날리고 고소함과 상큼함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달걀노른자와 마요네즈를 만난 면발은 윤기가 넘쳐 흘렀다. 강 대표는 "일본음식점이 제주에도 많이 생겨났지만 마제면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메뉴라 요새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주인장의'정성'도 빼놓을 수 없다. 강 대표는 "모든 음식에 시판 제품이 아닌 직접 만든 소스를 쓰고 있다"면서 "함바그 정식에 들어가는 소스는 졸여내는 데만 5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끝으로 강 대표는 "식재료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집에서 차려준 음식처럼 손님들이 믿고 드실 수 있게 노력하는 오후키친이 되겠다"고 전했다.

오후키친(제주시 영평동 1877-1)은 낮 12시부터 저녁 8시 반까지 영업한다. 오후 4시부터 5시 사이에는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다. 문의 064-756-0131. 월요일은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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