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아, 너는 소중한 아이야(고정욱 글, 장선환 그림)=작가는 휠체어에 의존하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1급 장애인이다. 지금까지 펴낸 270여권 가운데 1/3 가량이 장애를 다룬 동화였다. 그는 문학을 통해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장애라는 주제가 국내 어린이문학의 중심에 자리잡은 건 그의 힘이 컸다. 돌 무렵에 맞은 소아마비를 딛고 세상의 질긴 차별과 편견에 맞섰던 자전적 기록이 한 편의 장편동화처럼 실렸다. 도서출판산하. 1만원.
▶너랑 나랑 평화랑(조정 글, 김호민 그림)=시인이자 환경운동가인 작가가 강정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동화로 빚었다. 강정리에 사는 현상규 어린이와 그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을 주민들의 갈등과 화해, 생명과 평화, 전통과 풍속을 지키는 의미 등을 하나씩 짚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엄마와 아빠, 이웃들이 대대로 마을에 살아오면서 겪은 가슴 시린 이야기들이 해군기지 싸움을 통해 더욱 단단해졌다고 말한다. 장수하늘소. 1만3000원.
▶사라진 슬기와 꿀벌 도시(임어진 글, 박묘광 그림)=벌이 없어지자 큰아빠의 사과농장은 망하게 생겼다. 큰아빠는 친척들을 불러 일일이 꽃가루받이를 한다. 슬기는 큰아빠네 사과 농장에서 만난 벌을 따라가다 그만 꿀벌이 되어버린다. 슬기는 벌들의 세계에 살면서 인간의 탐욕을 목격하고 벌들이 겪는 위험을 알게 된다. 벌이 된 슬기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꿀벌이 사라지면 발생하는 인류의 문제를 생동감있게 그려냈다. 내일을여는책. 1만1000원.
▶지나치게 깔끔한 아이(마릴리나 카발리에르 글, 레티지아 이아나콘 그림, 이경혜 옮김)=엄마 말만 듣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아이가 있다. 겁쟁이에다 지나치게 깔끔하다. 조금이라도 위험하거나 더러워질 수 있는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톨이가 되어간다. 넘어져볼 기회가 없으면 다시 일어설 줄 모른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지나친 간섭과 보호가 아니라 그들이 마음껏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자유다. 두레아이들. 1만원.
▶누가 전기를 훔쳐갔지?(선자은 글, 강혜숙 그림)=전기가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구리구리똥똥이라는 행성에서 온 외계인 또비를 주인공으로 일상에서 만나는 환경 문제를 동화로 풀어냈다. 무더운 여름밤 또비는 지구촌 사람들이 밤늦도록 불을 환히 밝히고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쌩쌩 켠 모습을 본다. 또비도 큰 에어컨, 큰 전등, 큰 텔레비전을 만들어 시원하고 재미난 여름밤을 보낸다. 이런 또비 때문에 마을은 정전이 되고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푸른숲주니어. 1만1000원.
▶사과나무밭 달님(권정생 글, 윤미숙 그림)=1978년 출간된 동화집 표제작을 그림책으로 새롭게 펴냈다. '얼빠진 할머니'인 안강댁과 그런 병든 어머니를 둔 필준이가 주인공이다. 서글픈 현실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자의 모습이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석판화와 콜라주 기법을 사용해 질박한 느낌의 단색 면에 기교를 부리지 않은 뭉툭한 선을 올린 그림이 글의 정서를 더없이 살려낸다. 창비. 1만2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