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플러스]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착한 힘, 기부

[휴 플러스]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착한 힘, 기부
  • 입력 : 2018. 01.04(목) 2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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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에 기부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제주 회원 숫자가 지난 연말 80명을 돌파해 회원 비율이 전국의 4.6%에 달할 정도다. 부부·부자·부녀에 이어 '패밀리 아너'가 탄생해 고액 기부문화를 이끌었으며, 개인과 단체, 기업의 동참도 늘고 있다. 연초엔 사람을 구하다 순직한 소방관 아들과 함께 거액을 기부한 퇴직 소방관 아버지의 사연이 전해져 기부의 숭고함마저 느끼게 했다. 인구와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전국의 1%라는 제주가 기부에서만큼은 이렇게 1%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나눔에서 행복 찾기=지난 2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2018년 아너 소사이어티 1·2호 가입식이 열렸다.

올해 대한민국 첫 아너 소사이어티로 가입한 소방관 퇴직 아버지 강상주씨와 순직 아들 故 강기봉씨.

이날 가입식은 소방관으로 퇴직한 아버지가 자신의 뒤를 이어 소방관으로 근무하던 중 순직한 아들과 함께 나눔을 펼치는 자리였다. 아버지 강상주(63)씨는 31년간 제주에서 소방관으로 재직하다 2014년 6월 퇴직했다. 아들 고(故) 강기봉 소방교는 2015년 소방관이 되었다가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당시 집중호우로 불어난 강물에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던 중 순직했다. 이들 부자(父子)의 사연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타심을 일깨웠다.

아버지는 아버지처럼 남을 도우며 살겠다던 스물아홉살 아들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이웃을 위해 헌신한 아들을 기리기 위한 방법으로 아들과 자신의 이름으로 각각 1억원씩 모두 2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강씨는 조용히 기부하려고 했지만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설득 끝에 언론 인터뷰 없이 보도자료만 공개하기로 합의해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들 부자의 사연은 늘 갈등하며 사는 '이기적 인간'이 왜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철학자 박이문은 "내가 남을 돕는 근본적인 그러나 가장 단순하고 솔직한 이유는 남의 고통을 덜어주고 남을 보다 행복해지도록 도와주면서 더없는 긍지를 느끼며 누구보다 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동모금회의 아너 소사이어티와 모금 현황이 이를 입증한다.

제주 1호 패밀리 아너 소사이어티인 김진욱·박희정 부부와 딸 김하나씨. 사진=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모금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통해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1회에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5년간 1억원 기부를 약정하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를 지난 2007년 12월 설립했다. 제주에선 2009년 12월 강지언 연강병원 이사장이 1호에 가입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양인석·고윤정 부부가 81·82호로 가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의 아너 회원 수는 전국 1769명 중 82명으로 4.6%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북과 충북의 2배에 가깝고 충남과 광주, 대전, 울산, 강원, 경북보다 많다.

▶나눔 열기 수직 상승=제주 아너 중에는 익명의 주부와 익명의 농업인이 있으며, 아예 직업조차도 밝히길 거부한 그야말로 익명의 천사도 있다.

적십자사의 '씀씀이가 바른 캠페인'에 2018년 첫 기업으로 등록한 (주)참좋은.

지난해 제주에서 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한 개인 8592명과 법인 607개소도 사실상 익명이다.

공동모금회는 연말연시 나눔을 실천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희망 나눔캠페인을 진행하고, 이른바 '사랑의 열매 온도탑'을 설치해 모금 목표액의 달성 수준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진행 중인 '희망 2018 나눔캠페인'의 제주도 모금 목표액은 44억1500만원이다. 사랑의 열매 온도탑 수은주는 모금 목표액의 1%인 4415만원을 모을 때마다 1℃씩 올라가고, 목표액이 달성되면 100℃가 된다. 이 캠페인의 1월 1일 기준 제주도 모금액이 벌써 37억3028만원에 달해 나눔온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84.5℃까지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2℃보다 20℃ 이상 높으며, 1인당 모금액도 1만2621원으로 전국 1위를 기록 중이다.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를 통한 모금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제주 6호 부부 아너 소사이어티로 이름을 올린 양인석·고윤정씨.

2016년 2만9183명이던 회원 수는 2017년 2만8583명으로 조금 줄어 지로를 통한 모금액은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특별회비가 크게 늘면서 전체 모금액은 11.7% 증가 효과가 나타났으며, 정기후원자 모금액도 20%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월 3만원 이상 후원하는 '희망풍차 나눔사업장'과 월 20만원 이상 후원하는 '씀씀이가 바른 캠페인'에 참가하는 기업체와 사업장, 개인도 늘어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상승세가 꺾이고,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제주의 기부 열기는 이렇게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제주에 불어온 기부 열풍의 원동력을 "제주 특유의 공동체 문화"에서 찾은 제주공동모금회의 이유경씨는 "아무래도 지역이 좁고 나눔의 정신이 많이 깔려 있어서인지 기부자들이 동호회 회원이나 직장 동료들에게 많이 전파해 정기기부와 일시기부, 아너 모두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기아해방운동 창립 멤버인 기소르망은 "기부를 하는 마음에는 개인의 이익 추구도 있지만 이러한 이기심이 합쳐져 나타난 결과는 공동의 번영"이라는 말로 기부문화를 이해시켜준다.

기부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겠다는 이들이 있다. 나눔은 적십자사가 각 가정에 발송한 지로나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계좌를 통해 계좌이체 방법으로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사랑의계좌는 농협(963-17-003420)과 제주은행(03-13-004820)이다. ARS(060-700-0009)로도 한 통화당 3000원을 기부할 수 있으며, 읍·면·동주민센터와 약국, 금융기관에 비치된 사랑의열매 모금함을 통해서도 나눌 수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2018 나눔캠페인' 출범식. 사진=한라일보 DB

직장인들이 매월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는 '착한일터 캠페인', 매월 2만원 이상 가족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착한가정 캠페인', 매월 3만원 이상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착한가게 캠페인' 등을 통해 정기기부에도 동참할 수 있다. 개인이 1억원 이상을 기부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100만원 이상을 기부하는 '나눔리더', 동호회 등 단체에서 1000만원 이상 기부하는 '나눔리더스클럽'도 있다. 현금뿐만 아니라 쌀과 상품권 등 물품도 기부할 수 있다.

소중한 성금은 도내 어려운 이웃과 열악한 사회복지현장을 지원하는 곳에 다양하게 쓰여지고 있다. 저소득 아동과 위기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사업, 치료비가 필요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의료비 지원사업, 주거비·생계비 지원, 사회복지시설·기관의 프로그램 지원과 기능보강 지원 등 제주의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민간 복지사업 등에 이용된다.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배분분과실행위원회에서 심사해 지원하고, 지원된 사업은 공인회계사와 평가지원단의 평가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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