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 (140)제주시 연동 민재네 황태전문점

[당찬 맛집을 찾아서] (140)제주시 연동 민재네 황태전문점
정성 더한 겨울 보양생선 황태 감칠맛
  • 입력 : 2018. 02.08(목) 2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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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네 황태전문점의 대표 메뉴인 황태구이·황태해장국. 강경민 기자 photo6n6@ihalla.com

강원도 진부령 덕장서 겨울 보낸 황태 영양 가득
3시간 푹 고아 우려낸 해장국에 쫄깃한 구이 일품

황태는'겨울 보양생선'이라고 불린다. 겨울 강원도 산자락에서 약 3개월 간 얼었다 녹었다를 반복한 명태는 이 기간 통통하게 살이 올라 꼬들꼬들한 육질을 뽐내는 황태로 재탄생한다. 건조 과정에서 황태는 영양소를 응축해 명태보다 단백질 4배, 간 해독을 돕는 여러 아미노산을 20여배 가량 더 함유한다.

지친 몸을 달래기엔 황태만 한 것이 없다. 이번 주말 황태의 참 맛을 느끼고 싶다면 제주시 연동 제주썬호텔 뒤 편에 위치한 민재네 황태전문점을 추천한다. 주인장의 억척스러운 정성이 돋보이는 황태 '맛집'이다.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좌미희 대표

2009년 문을 연 민재네 황태전문점은 좌미희(51)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과거 강원도에서 맛 본 황태해장국을 잊을 수 없었다는 좌 대표는 직접 식당을 열어 손님들에게 황태 음식을 선보이기로 했다.

대표 메뉴는 황태구이와 황태해장국이다. 좌 대표가 쓰는 황태는 강원도 진부령 덕장에서 겨울 한철을 보낸 것들이다. 이후 강원도 주문진에서 한 차례 손질을 거친다.

민재네 황태해장국은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좌 대표는 매일 새벽 4시 식당에 나와 그날 쓸 황태 육수를 우려내고 있다. 황태 껍질과 머리 등을 넣어 3시간 넘게 푹 고은 육수는 마치 사골국물처럼 뽀앟다. 황 대표는 이렇게 우린 육수에 황태 채와 네모낳게 깍둑 썬 두부, 콩나물, 부추를 넉넉히 넣어 손님 상에 내놓는다. 여기에 들깨를 곁들여 고소함을 더했다. 간은 새우젖으로만 한다. 간이 세면 재료 본연의 맛의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손님들의 취향을 고려해 테이블마다 양념장과 청양고추를 준비해 놓는다.

황태구이는 꾸덕꾸덕 말린 황태의 식감을 잘 살려내고 있다. 황태를 물에 일정 시간 재워 속살을 부드럽게 한 뒤 집에서 직접 담근 고추장을 구석구석 촘촘히 발라 구운다. 첫맛은 고소하고, 뒷맛은 칼칼하다. 밥 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겨울 강원도 진부령 덕장에 보관 중인 황태.

맛도 맛이지만 민재네 황태전문점의 가장 큰 매력은 좌 대표의 억척스러움에서 찾을 수 있다. 황태구이와 황태해장국을 시키면 6가지 반찬이 달려 나오는 데 반찬 하나 하나마다 주인장의 정성이 느껴진다. 황태 껍질과 미나리, 양파 등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황태 껍질 무침, 직접 담근 무·배추 김치, 잘 말려낸 유기농 감귤 껍질과, 멸치, 견과류를 볶은 멸치볶음, 손님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계란프라이, 감귤을 갈아 만든 소스에 양배추, 상추 등을 버무린 샐러드까지, 손님들의 건강과 입 맛을 모두 챙긴다. 식후 간식으로는 역시 직접 만든 쉰다리가 나온다.

그래서일까.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간에도 민재네 황태전문점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 손님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자리로 찾아와 "이 집 맛은 내가 보장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좌 대표는 "우리 가족들에게 음식을 차려준다는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조미료도 잘 안 쓰게 되고, 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 데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좌 대표는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에 최근에는 2년 이란 시간을 들여 사찰음식 교육과정까지 수료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는 길에 식당 한 켠에 걸려 있는 신영복 작가의 '처음처럼'이란 시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처럼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좌 대표에게 어울리는 시였다. 민재네 황태전문점(제주시 연동 291-18)은 평일에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요일엔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한다. 일요일은 휴무다. 문의=064-745-8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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