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웨이터의 법칙

[현영종의 백록담] 웨이터의 법칙
  • 입력 : 2018. 02.26(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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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에 '갑질신고센터'가 만들어졌다. 노동조합의 주도로 세워졌으며, 서울시 조직 내부의 문제점을 신고하는 곳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신고를 토대로 내부 비위를 먼저 살피고, 피해자 입장에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한다.

갑질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얼마전엔 서울시 한 대형병원의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태움' 논란이 불거졌다. '태움'은 '한 사람을 불태워버릴 정도로 갈군다'는 이른바 '교육의 탈'을 쓴 갑질이다. 연극계에선 '미투(Me Too;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고발하는 현상)' 운동으로 갑질문화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선 대한체육회장 일행이 자원봉사자에게 막말을 했다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비즈니스계에선 '웨이터의 법칙'이 경구처럼 회자된다. 레이시언의 CEO 빌 스완슨이 '스완슨의 알려지지 않은 경영의 법칙'을 통해 소개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레이시언은 미사일·레이더 등 방위산업 관련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미국 기업이다. 그 유명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또한 레이시언의 대표적인 제품 가운데 하나이다.

빌 스완슨은 "비즈니스 파트너를 선정할때 웨이터에게 함부로 하거나 거칠게 대하는 사람은 피하라"고 강조한다. 웨이터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들도 험하게 다뤄 인재가 떠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반드시 상대방과 식사를 하면서 웨이터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살폈다고 한다.

가정용품회사 '사라리'의 여성 CEO 브랜다 반스는 거래처 CEO와의 식시 도중 계약을 해지한 적이 있다. 거래처 CEO가 웨이터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웨이터를 함부로 대하는 거래처의 CEO가 언젠가는 큰 문제를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반스는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회사 혁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라리'를 내실있는 고성장 기업 반열에 올려놓는가 하면 유망한 글로벌 기업으로 전환시켰다는 평을 듣는 이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제주지역 주요 정당들은 여론을 살피고 후보 공천기준을 마련하는 등 빠르게 선거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일부 정당들은 병역법 위반자와 성범죄자를 예비후보자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는 등 종전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고 한다.

제주자치도지사 선거는 원희룡 현 지사 대 여·야 본선진출자가 맞서는 다자대결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교육감 선거는 이석문 교육감과 반(反) 이석문 진영의 대표 주자인 김광수 교육의원간의 맞대결 구도가 예상된다. 제주자치도의원 선거는 역대 최대의 격전을 예고한다. 34개 선거구에서 출마를 준비중인 예비후보만도 80명 이상, 많게는 9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출마를 희망하는 후보들은 너나없이 '공복(公僕)'을 자처하고 나선다. 지역사회의 심부름꾼으로, 도민과 지역주민을 하늘같이 섬기겠다며 한표를 호소한다. 하지만 더이상 감언이설에 혹해서는 안된다. 정책을 숙고하고 인물의 됨됨이를 살펴야 한다. 벌써부터 그릇의 크기나 됨됨이를 질타하는 여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오만과 불통, 패거리 행태를 진즉 보았기 때문이다. 지연 혈연 학연에 이끌렸다가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을 뿐더러 갑질문화도 뿌리 뽑을 수 없다. 보다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고, 또 찬란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더더욱 절실하다. <현영종 편집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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