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3)제주 자원을 활용하는 기업들

[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3)제주 자원을 활용하는 기업들
"로컬푸드, 지역·환경 살릴 해법"
  • 입력 : 2018. 03.13(화) 2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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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의 가치 확산을 통한
지속가능한 농업 추구 기업 여럿
농산물 소비 늘면 농가에도 이득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등 지역자원을 활용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의 일부를 지역에 되돌리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들이 있다. 그런 기업이 늘어날수록 지역 농산물 소비가 증가하고, 농민의 소득기반 창출로 이어진다. 생산자와 소비자간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수입산 먹거리가 쏟아지는 시대에 음식의 원산지를 알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를 통해 지역순환경제 구조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조직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여럿이다.

사회적기업인 '(주)제주살림'이 판매하는 제주항아리 콩나물콩(왼쪽)과 '제주다'가 만든 제주조릿대차(오른쪽).

영농조합법인 '제주다(茶)'(대표 강석수)는 폐업 위기에 처해있던 자활기업을 인수해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난 경우다.

농약 우려가 없는 제주 중산간의 야생 조릿대잎을 채취해 가마솥에 덖어 만든 수제차인 조릿대차와 제주산 무농약 감귤로 만든 귤피차를 주력제품으로 두충차, 구지뽕차 등을 생산한다. 2015년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홍콩 수출에 이어 2016년에는 독일 수출도 성사시켜 2020년까지 5년간 수출계약도 체결할만큼 강 대표의 말을 빌자면 그야말로 '무식하게' 뛰었다.

착한 제주를 기업 모토로 내걸고 생산도, 유통도, 판매도 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픈 제주다는 중소기업이 직면한 유통과 판로난 극복을 위해 최근 마트도 열었다.

"좋은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도 대형마트 입점이 힘들고, 입점하더라도 관리를 잘못해 퇴출당하기 쉬운 영세 사회적기업과 6차기업들의 제품을 관리하고 물류거점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것이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을 꾸리는 강석수 대표의 구상이다.

생드르 영농조합법인(대표 김영호)은 제주산 친환경농산물을 유통하는 지역사회공헌형 사회적기업이다. 친환경농업 생산자단체인 흙살림제주도연합회 내 유통사업단으로, 103명의 조합원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의 40%를 한살림생협에, 제주와 서울 학교 급식에 각각 25%를 유통한다.

생드르가 추구하는 목표는 명쾌하다. 바로 농업을 지속가능케 하는 친환경농업의 가치 확산이다. 농업이 품고 있는 환경·교육·문화 등 다원적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땅을 숨쉬게 하고 환경도 생각하는 농업이라는 지론이다.

매출 1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외형 늘리기에만 연연하지도 않는다. 생드르 영농조합법인 김기홍 전무는 "매출 확대 등 수치상의 성장만 추구하진 않는다. 조직의 안정화와 함께 생명의 모태인 흙을 살리고, 설자리를 잃어가는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업회사법인 (주)제주살림(대표 강경주)은 제주산 무농약콩과 일반콩으로 만든 콩나물과 두부를 중심으로 된장·고추장·청국장 등을 판매해 농가의 안정적 소득을 돕고,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파는 사회적기업이다.

1999년부터 제주 전통방식으로 항아리와 삼나무 시루에서 친환경 콩나물을 재배하기 시작했으니 콩나물 재배역사가 20년에 가깝다. 제품의 원재료로 제주산과 함께 국내산 콩을 쓰지만 유전자조작 생산물이나 수입산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기업의 철학이다.

원가가 비싸니 제품가격에도 당연히 반영되지만 적정이윤 이상은 남지지 않아 착한 가격에 판매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에 서비스 제공을 통해 나눔과 연대의 사회적경제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제주살림이 추구하는 가치다. 문미숙기자



"설레고 매력적인 제주 만들기 진행형"

사회적기업의 한 축으로 '혁신성' 빼놓을 수 없어
사업가적 접근보다는 문제 해결 가능한 모델 지향


제주시 용담해안도로에서 로컬푸드 레스토랑 '닐모리동동'과 한림읍 성이시돌목장에서 '카페 우유부단'을 꾸리는 사회적기업 유한회사 섬이다(대표 김종현). 기업 이름이 그저 '제주섬'을 뜻하려니 여길 수 있지만 '빛날 섬(閃), 다를 이(異) 많을 다(多)'로 '다름이 많아 빚나는 섬 제주'이라는 의미로, 그가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사회적기업인 (유)섬이다가 제주시 용담해안도로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레스토랑 '닐모리동동'의 내부는 제주를 담기 위해 초가와 돌담, 오름, 테왁을 형상화해 꾸몄다. 강희만기자

닐모리동동은 그가 대외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제주 이전기업 (주)엔엑스씨(NXC)가 2011년 제주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만든 문화카페다. 하지만 NXC가 제주에서의 사업 확장으로 닐모리동동에 집중할 수 없게 되면서 김 대표가 2015년 섬이다를 설립 인수했고, 2017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기업에 몸담을 적부터 사회공헌활동을 맡아온 터라 사회적기업 인증은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닐모리동동은 제주 로컬푸드와 제주의 문화적 가치를 결합한 새로운 자연친화형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추구하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에서부터 제주를 담기 위해 제주 전통초가, 돌담, 오름, 테왁을 형상화했다. 로컬푸드 레스토랑인만큼 다양한 제주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선보이는데, 향토음식이 아닌 현대적인 퓨전음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제주 로컬푸드로 제주를 담아내는 게 기본이다. 메뉴판의 음식마다 나뭇잎이 한 개에서 세 개까지 표시돼 있는데 나뭇잎이 많을수록 제주산 식재료를 많인 쓴 음식이다.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적립할 때도 제주산 재료를 많이 쓴 음식일수록 혜택을 더 준다.

"기존엔 볼 수 없었던 맛과 융합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메뉴와 식자재에 대해 늘 생각한다.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그는 기존 산업의 유지와 함께 그 가치를 끌어올리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도내 요식업의 임금이 낮으니 첨단산업을 유치하자는 논리보다는 요식업에서 직원들의 복지를 높이고 높은 임금 구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글로벌기업인 스타벅스가 시애틀의 작은 동네 커피점에서 출발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는 그가 추구하는 혁신적 방법을 통해 사회와 공동체의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모델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신념과 맞닿는다.

제주시 한림읍 성이시돌목장의 유기농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밀크티.

2016년 한림읍 금악리 성이시돌목장 내 사진찍기 명소인 테쉬폰 인근에 만든 카페 우유부단도 그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성이시돌목장은 국내 최대의 유기농우유 생산목장이지만 우유소비 감소로 경영난이 심각했다. 5년여 전쯤인가, 목장을 운영하는 성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의 자문에 우유 소비량이 많은 '유기농 아이스크림'이란 아이디어를 내놨지만 현실화되진 못했다.

결국 여력이 없었던 협회를 대신해 그가 공동투자·협업을 통해 카페를 만들어 수제 아이스크림과 밀크티를 제조·판매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목장의 상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한 것은 물론 목장브랜드와 유기농유유의 고부가가치화로 이어진 셈이다. 카페 수익금은 협회가 운영중인 호스피스 복지의원에, 섬이다에서는 청소년 지원사업에 활용한다.

'지속가능한 제주'라는 대명제는 제주가 지닌 가치를 토대로 제주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려는 끊임없는 고민이 전제돼야 한다는 김 대표. 그런 고민에 혁신을 더한 결과물을 함께 나누며 제주공동체의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는 것이 그가 꿈꾸는 제주의 미래이자 대표적 사회적기업의 모습이다. 문미숙기자



"제주형 인재육성 함께 고민해야"


(유)섬이다 김종현 대표


"'설레는 제주'를 만드는게 사회적기업인 (유)섬이다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라는 김종현 대표.

그는 제주에서 경쟁력 있는 사회적기업을 더 많이 키우려면 진입장벽이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현재 사회적기업을 꾸리고 있거나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려는 이들이 치솟은 임대료에 좌절하거나 건물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자산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사회적기업에게 큰 부담이 되는 임대료를 낮춰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제주의 문제를 풀어나갈 '제주형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는 그는 "행정과 대학 등이 지역공동체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인재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재생을 위해 현 실태를 보고 쉬운 문제부터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의 프로젝트 베이스 과정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패러다임(인식체계)의 변화도 강조했다.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도시재생이나 주택·농업분야 문제를 사회적경제로 접근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엔 끊임없는 고민과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문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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