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지사보다 먼저 떠난 보좌관들

[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지사보다 먼저 떠난 보좌관들
  • 입력 : 2018. 03.15(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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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터진 다음날, 안 지사의 정무라인이 일제히 사퇴했다. 누군가는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이다. 통상 별정직 공무원 자리를 빌어 자치단체장의 측근으로 채워지는 정무라인은 주군(主君)과 임기를 같이한다. 자리를 보전하고 싶어도 주군이 물러나면 별 도리가 없다.

 시선을 제주도로 돌려보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월5일 제주도 정책보좌관 4명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책보좌관은 서울본부와 함께 원희룡 지사의 핵심 정무라인으로 꼽혔다.

그동안 정책보좌관실은 일반공무원 2명을 제외하면 정무특보(2급)와 실장(4급), 정책보좌관 5명(5급) 등 7명으로 꾸려져 운영됐다. 대부분 원 지사와 과거부터 인연을 맺은 측근들이다. 하지만 이번에 4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며 정책보좌관실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도청 안팎에선 공무원 신분으론 선거운동을 못한다는 점을 미뤄볼 때, 보좌진들이 밖에서 원 지사의 재선을 돕기 위해 미리 자리에서 물러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정확한 사퇴 이유는 본인들과 사표를 수리한 원 지사만이 알 뿐이다.

 한 때 정책보좌관실은 지사의 선거 조직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었다. 하지만 제주도는 그때마다 수긍할 수 없다며 도정을 이끄는 데 꼭 필요한 이들이라서 채용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런 그들은 지금 도정에 없다. 사퇴를 결정한 지난 2월은 영리병원, 카지노 확장 이전,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 굵직한 현안이 똬리를 틀고 있을 때였다. 원 지사에게 고언하고, 정책 결정에 힘이 돼줘야할 그들은 정작 필요할 때 지사 곁을 박차고 나갔다. 그래서 묻는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도정에 꼭 필요한 인물들이라고 했던 원 지사는 왜 이들의 사퇴를 만류하지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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