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도내 언론에는 두개의 눈에 띄는 기사가 실렸다. 내년 4~5월쯤이면 제주도 인구가 70만명을 넘어선다는 것 하나와 도내 아파트분양가가 지난 2월 기준 ㎡당 383만원으로 1년전에 비해 70만원 가량 올라 전국에서 가장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두 소식을 겹쳐보니 "제주사람들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 인구가 50만명이던 때, 도내 언론은 제주의 지표를 이렇게 정의했다. '전국 1%'라고. 정부로부터 경제와 정치적 면에서 차별받는다고 봤을때 1%에 불과한 인구와 경제력이 가져온 현실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도민들의 의식 한구석엔 인구를 늘려야 한다는게 자연스럽게 들어찼을게다. 전국 1%의 지표를 넘어선다면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는줄 알았다. 경제가 쑥쑥 성장해 사람들 삶의질이 좋아지며 모든게 풍족해질줄 알았다. 물론 정부도 제주를 등한시 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요즘 "옛날이 좋았다"고 말하는 제주토박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십여년 사이 늘어난 20만명의 머릿수는 과거 제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제주에 엄청난 변화상을 가져왔다. 살곳이 필요하니 주택이 건설됐고 건설업 호황으로 이어졌다. 특히 주택시장은 비이성적이다. 주택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르며 실수요자들의 박탈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인구가 느는것 이상으로 섬 곳곳을 질주하는 자동차는 증가했다. 2017년 6월 기준 도내 등록차량은 48만대를 넘어섰다. 5년새 무려 64% 늘었다. 인구당·세대당 차량보유대수는 전국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도로망은 예전과 큰 차이 없다. 출·퇴근 시간대 제주시내 대부분의 도로는 숨이 턱턱 막힌다. 상하수도 문제도 보통이 아니다. 제한급수가 매년 반복되고 있고 하수도량의 폭발적 증가는 제주섬의 고질적 문제가 됐다.
한해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 등 관광이 급성장했지만 문제점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각종 개발에 따른 갈등과 함께 "버는 사람만 벌 뿐" 이라며 관광소득의 재분배 문제는 사회이슈로 등장했다. 관광과 건설이 제주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각종 개발이 이어지면서 끈적했던 제주사람들간 情은 희미해져 갔다. 공동체적 삶이 무너진 동네가 한 두 곳이 아니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제주살이는 제주의 문화와 사회 등 다방면에 다양성을 가져왔지만 사고방식이 다른 이주민들과 제주토박이들간 갈등이 유발됐다.
제주사람들, 어리석게도 착하다. 무주택 서민들은 현실적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처지지만 최근 건설경기가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러다 제주경제 망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가구당 근로소득이 전국평균의 70% 수준에 그치는 등 가진것 쥐뿔도 없는 사람들이 쓸데없이(?) 건설업자 걱정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유커들의 제주행이 끊겨 어려움을 겪는 관광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소식에도 자기일처럼 걱정이다.
인구가 느는데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이는 보통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도 제주는 여전히 제주살이를 원하는 이들이 제주살이를 끝내고 섬을 떠나는 이들보다 많다. 앞으로도 인구가 증가할 개연성이 높다. 제주의 위상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높아졌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다른지방은 여전히 제주를 부러워하는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곳 제주에 사는 토박이들은 왜 이렇게 힘들까. 준비되지 않은 인구증가는 축복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인구 70만 이후 철두철미한 제주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성훈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