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운전자간 의사소통 수단
깜빡이 미작동 위반사례 여전
좌·우회전 방향 전환·유턴 등
방향지시기로 미리 알려줘야
운전대를 잡은 지 얼마 안되는 고모(46·제주시)씨는 도로 위를 달리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일이 한 두번이 아니다. 옆 차선의 차량들이 예고없이 진로를 바꾸는 탓이다. 운전 경력이 15년 넘는다는 송모(45·제주시 일도2동)씨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차량 앞으로 끼어드는 자동차들 때문에 진땀을 빼곤 한다. 더욱이 곡예운전을 하듯 이리저리 차선을 바꿔가며 내달리는 차들 중엔 아예 '깜빡이' 켜는 일을 잊은 듯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지난해말 기준 50만대를 넘어섰다. 10년 전보다 갑절 넘게 증가했지만 그에 맞는 기초 교통법규 준수는 뿌리내지지 못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깜빡이로 부르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일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5년 보복운전의 절반 이상(51.3%)이 진로변경과 끼어들기에서 비롯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대부분이 방향지시등 사용 없이 갑작스럽게 진로를 바꾸거나 끼어들기를 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제주 실정은 어떨까. 2016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결과 인구 30만명 이상의 전국 28개 시 지역 중에서 제주시의 방향지시등 점등률은 6점 만점에 3.48점으로 전국 최하위를 나타냈다. 제주경찰의 단속 결과도 그 점을 보여준다. 2017년 4월말까지 신호조작 불이행(방향지시등 미작동) 단속 건수는 165건이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 50건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로 2015년도 전체 단속 건수(181건)에 육박했다.
이처럼 방향지시등 미작동 위반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교통문화 의식개선을 위한 교통안전 슬로건을 '방향지시등 켜기 생활화'로 정했다. 작년 한해 렌터카 유리창에 '방향지시등을 켜주세요, 모두가 안전해져요'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등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계도·단속에 나섰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좌회전·우회전·유턴·서행·정지 또는 후진을 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에는 손이나 방향지시기 또는 등화로써 그 행위가 끝날 때까지 신호를 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따라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되고 승용·승합자동차 기준 3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깜빡이'를 두고 흔히 '도로 위의 의사소통'이라고 부른다. 상대 운전자에게 차량의 진행 상황을 사전에 알려줌으로써 원활한 교통 흐름을 가능하게 만드는 소통의 빛이기 때문이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로를 변경할 경우 그렇지 않는 차량에 비해 접촉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 차선 변경만이 아니라 좌회선이나 유턴을 할 때에도 점등을 통해 신호를 보내는 운전 습관이 필요하다.
만일 방향지시등으로 차선 변경 신호를 보내는 차량이 있다면 운전자들은 그 '대화'에 응해야 한다. 깜빡이를 켜고 들어오려는 차량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더 속도를 높이는 운전자는 되지 말자. 작은 실천이 안전운행을 결정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