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 2부] (1)여수시 종화동 '해녀배'

[한국 해녀를 말하다 2부] (1)여수시 종화동 '해녀배'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울려 퍼지는 '숨비소리'
  • 입력 : 2018. 08.15(수) 2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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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이 물질 포인트에 이르자 달리는 배에서 바다위로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1970년대 80여명 달했던 해녀… 현재 33명 남짓 남아
6척의 해녀배 타고 여수 인근 지역 오가며 물질 나서
고령화로 해녀 지속 감소… 잠수복·의료 등 지원 절실

'해양 관광도시' 전라남도 여수는 가수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노래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밤바다 성지'가 됐다. 그중 최고의 명소는 종화동 여수항이다. 노래에 담긴 그 밤바다가 펼쳐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종화동에서도 '숨비소리'를 내며 물질하는 해녀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물질에 나서기전 해녀가 잠수복을 정비를 하고 있다.

취재팀은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난달 27일 오전 10시쯤 여수시 종화동 하멜등대 인근 포구를 찾았다. 바람을 타고 온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에 맴돌았고 포구에는 수십 채의 선박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이중 해녀들의 잠수복과 태왁이 널려있는 선박 몇 채가 눈에띄었다.

오전 11시쯤 되자 해녀들은 배 출항 시간에 맞춰 삼삼오오 짝을 지어 포구로 모여들었다.

포구에 도착한 해녀들은 곧바로 해녀배에 올라탔다. 이날 해녀들을 싣고 바다로 향하는 해녀배는 2척으로 해삼과 청각 채취를 위해 1시간가량 배를타고 거북선대교를 지나 여수시 돌산읍 죽포리 포구까지 이동하는 여정이다.

바다속에서 해녀가 수산물 채취 작업을 벌이고 있다

취재팀은 40여년전 제주도 한림을 떠나 여수에서 물질을 이어가고 있는 박춘례(65) 해녀가 탑승한 해동호(6.67t 길이 12.10m)에 동승했다. 이 배의 선주는 박 해녀의 형부인 전송조씨로, 배에는 박 해녀와 그의 언니를 비롯해 딸, 조카, 며느리 등 가족 6명이 함께 팀을 이뤄 물질에 나서고 있었다.

배에 탑승한 이들은 선수에 마련된 쉼터로 들어갔다. 쉼터는 해녀들이 물질 전후 옷을 갈아입거나 휴식을 위해 만든 공간'불턱'과 같은 곳이었다. 출항후 10여분이 지나자 해녀들이 모여있는 쉼터에서 생일축하 노래가 흘러나왔다. 작업에 나서면서도 팀의 막내 해녀인 강영란(43)씨의 생일을 잊지 않고 깜짝파티를 마련한 것이다.

취재팀은 선박에서 해녀들과 차를 마시며 40여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물질에 나선 해녀가 바다속에서 해삼 등을 잡아 수면위로 오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1970년대만 해도 이곳 여수 종화동의 제주 출신 해녀들은 8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고 지병을 앓는 등의 이유로 해녀직을 그만두며 현재는 33명이 6척의 어선을 이용해 자맥질을 이어가고 있다.

종화동 해녀들의 물질 작업은 보통 지역에 따라 한 시간에서 두 시간가량 배를 타고 나가 여수시 인근 섬지역의 해상에서 수산물 채취가 이뤄진다. 이들은 보통 12월부터 5월까지 해삼을, 7월부터 8월까지는 남아있는 해삼과 청각 등을 주로 채취한다. 전복의 경우에는 연중 채취하지만 최근에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복을 잡아도 저장할 공간이 없어 추석 전까지 전복을 잡지 않고있다.

박춘례 해녀의 가족이 막내 강영란씨의 생일을 맞아 선상에서 깜짝파티를 열고 있다.

낮 12시 20분쯤 되자 해녀들을 태운 해동호가 죽포리 포구에 정박했다. 해녀들은 포구에 도착 직후 곧바로 바다로 뛰어들지 않고 물때를 기다리기 위해 선상에서 1시간가량 휴식을 취했다. 오후 1시 30분쯤 되자 해녀들은 검은색 고무 잠수복으로 갈아입었고, 해녀를 태운 배는 죽포리 포구 인근 해상에서 멈춰 섰다. 해녀들은 갑판 위로 나와 선미에 걸어 두었던 테왁과 망사리, 골괭이(골각지)를 들고 뛰어내릴 채비를 마쳤다. 이날 물질은 해삼과 청각 채취. 해녀들은 물질 포인트에 이르자 고공낙하를 하듯이 달리는 배에서 바다위로 뛰어내렸다.

취재팀도 서둘러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해녀들을 따라 물속으로 들어갔다. 죽포리 포구 인근 바닷속 시야는 1m 정도로 탁했다. 해녀들은 포구 인근 수심에서 테트라포드에 붙은 해삼과 청각 채취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해녀들은 청각만 뜯어 올릴 뿐 해삼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수면위로 올라와 테왁을 잡고 휴식을 취하는 해녀에게 다가가자 "망이야 망"이라며 취재팀에게 토로한다. 이유인 즉 최근에 일부 장비를 작용한 스킨스쿠버다이버 들이 최근 바다로 들어와 해삼 등을 잡아가면서 하루 채취량이 반토막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해녀들은 해삼 등의 채취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루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물질을 이어간다.

이 지역 해녀들의 작업 일수는 보통 12일을 작업한 뒤 3일의 휴식기를 갖는다고 한다. 이처럼 고된 일을 반복하고 있지만 행정적인 지원은 미미하다. 또한 해녀 직업이 힘들다는 의식이 많아 해녀는 여수시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박춘례 해녀는 "여수시에서의 해녀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며 몇가지 고충을 털어놓았다.

박 해녀는 "해녀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할 장소가 없다 보니 개인 집에서 회의를 하거나 근처 식당에서 회의가 이뤄질 때가 있다"면서 "해녀들이 한데 모여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해녀는 "제주도에서는 해녀에게 고무 잠수복과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지역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녀들에게 고무 잠수복 지원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해녀는 여수시의 해녀 양성과 관련해 "이 지역 해녀의 막내가 10여년 정도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 마지막 해녀가 될 것 같다"면서 "과거 한배에 12명의 해녀가 팀을 이뤘는데 최근에는 한배에 6명의 해녀가 팀을 이루는 등 여수에서 해녀가 점점 사라지는 게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해녀는 "배울 사람도 없겠지만, 지원도 없고 일이 힘들어 모두들 해녀라는 직업을 기피하기 때문에 행정에서 해녀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고대로 정치부장·이태윤 기자·채해원 기자

자문위원=양희범 전 제주자치도해양수산연구원장, 좌혜경 제주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조성환 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 김준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조성익 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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