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상냥한 시론' 강영은 시인

[저자와 함께] '상냥한 시론' 강영은 시인
"제주는 시의 터전이자 뿌리·가지"
  • 입력 : 2018. 08.16(목)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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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처음 만나는 아이처럼
아름답고 남다른 시어를 꿈꿔

산수국 피는 남쪽의 그리움도

골목을 돌아나가는 검정 비닐을 보며 어린 아이가 두 다리를 종종 거리며 말한다. "바람이 다리를 달아주었어요." 빌딩 사이 뜬 개밥바라기엔 "아가별이 울고 있어요, 엄마별은 어디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세상을 처음 만나는 아이들의 입과 눈은 어른들의 그것과 다르다. 어른들에겐 늘상 봐서 익숙해진 사물과 현상을 달리 본다.

시인은 아이의 말처럼 세상을 아름답고도 남다르게 드러내는 시의 언어를 품고 싶어한다.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일은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 출신 강영은 시인의 신작 시집 '상냥한 시론(詩論)'엔 그가 쓰고자 했던 시의 총체적 모습, 또는 변주가 담겼다. 시로 보여주는 시인의 시론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시세계를 두고 평자들은 다소 낯설다고 말한다. 파격적인 새로움보다 관습적인 사고와 상상을 거부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어린 아이의 그것처럼.

'엄마는 계단끝에서 나타나는 거에요. 자, 보세요.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전철역 계단을 오르는 준아, 너는 세상에서 가장 긴 계단을 보여주는구나// 다섯 살배기 네 말들이 내가 읽은 올해의 가장 좋은 시구나'('상냥한 시론'중에서)

제주교대를 졸업한 시인은 교사 발령 전에 갑작스레 결혼을 하며 서울에서 가정을 이뤘지만 어릴 때부터 시를 쓰고 즐겨왔던 마음으로 습작을 멈추지 않았다. 40대 중반 무렵인 2000년에 등단했고 시집 '마고의 항아리'는 세종 우수도서(2015) 선정, 한국문협 작가상(2016) 수상작에 올랐다.

이즈음 제주에 반(半) 귀향해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산수국 통신'으로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냈다. '길고 좁다란' 그리움의 통로로 산수국이 질 때마다 "장마철이 끝났구나"라고 했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비 개어 청보라빛 산수국 한 그루 피었습니다 그대에게 나는 산수국 피는 남쪽이고 싶었습니다'('산수국 통신'중에서).

중·고교 시절 은사인 한기팔 시인, 김순이 시인은 그에게 '문학의 이상향'이었다. 문학동아리 '향원'에서 활동하며 연을 맺은 현길언 작가와는 지금도 연락하며 지낸다. 다시 돌아와 만난 서귀포 오승철·강문신 시인 등은 그의 시에 메말랐던 고향의 자양분을 안겨주는 이들이라고 했다.

시인에게 제주는 '시의 터전이자 뿌리이며 가지이고 잎'이다. 시인이 가슴으로 전하는 노래 어디쯤엔 제주 바다의 푸른 물결이 출렁거리고 있는지 모른다. 2018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황금알.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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