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마션'. 실수로 화성에 떨어진 우주인 마크 와트니는 구조팀이 올 때까지 수 년을 기다려야 했다. 혼자서 먹고 마시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와트니는 화성의 임시 기지에서 씨감자를 발견하자 스스로의 분비물을 이용해 거름을 제조하는 순발력을 보여준다. 수소를 연소시켜 물도 만들어낸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을 구한 건 지식의 양이 아니었다. 주어진 조건에 대한 정확한 판단, 종합적인 사고력, 논리적인 대응 덕분이었다.
수학자인 박형주(아주대 총장)의 인문 에세이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는 '마션' 속 주인공처럼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능력이 무엇인지 풀어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생각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는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인 정약용에 주목했다. 정약용은 유교 경전을 해석하는 일에 일가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어문, 역사, 지리, 과학, 의학, 예술 등 학문 전 분야에 걸쳐 저술을 남겼다.
다가올 미래는 '연결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그는 정약용 같은 인물이 다시 조명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연결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주어진 단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보다 복잡다단한 문제를 헤쳐가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그는 '생각의 힘을 갖춘 작은 리더'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연결된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그는 지식 전수형 교육은 종말을 고했다며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만 기능하는 인재가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서 전문성을 터득해갈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각종 전문 지식으로 무장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
지식 창출의 속도가 가속화됨에 따라 기존 지식은 금방 낡은 게 되어버린다. 일자리의 탄생과 소멸도 빈번한 세상이다. 그는 이러한 때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는 옛 성현의 경구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고 했다. "학습한 적이 없는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가.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적이 있는가." 그는 종국엔 우리교육에 이런 질문과 동시에 과제를 던진다. 해나무.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