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도박과 성매매 유혹 수두룩
아이들 손 쉽게 접해 부모들 "불안"
이자 감당 못하는 피해사례도 많아
#지난 5월 제주시 연동에 살고 있는 A(45·여)씨는 초등학생 자녀의 손에 쥐어져 있는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의 손에는 명함 크기 종이 위에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있는 여성들의 사진이 담긴 불법 성매매 광고물이 있었던 것. A씨는 자녀에게 출처를 물었고 "친구들과 주차된 자동차에 꽂혀있는 것들을 모았다"는 대답을 들었다.
A씨는 "아이를 꾸짖지는 않았지만,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며 "이런 선정적인 불법 광고물이 최소한 나이가 어린 아이에게 만큼은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경찰이나 행정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제주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B(33)씨는 지난해 11월 대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동생으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 줄만 알았던 동생이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자신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동생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장난으로 시작했던 스포츠 도박이 점점 액수가 커졌고, 돈을 빌리기 위해 길거리에 뿌려진 불법 대출 광고물을 보고 300만원을 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월 20만원이 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를 하게 되면서 결국 형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B씨는 화를 삼키고 동생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
B씨는 "동생은 방학 때 알바를 하거나 명절 때 받은 돈으로 빚을 갚으려고 했지만,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며 "다행히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해결했지만, 길거리에 뿌려진 불법 대출 광고물을 보고 피해를 입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도내 곳곳이 성매매와 대출, 도박 등 불법 광고물로 얼룩지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불법 광고물 수거는 물론 근절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8월 24일까지 행정에 의해 수거된 불법 광고물(전단지)은 약 75만장에 달한다. 이는 올해부터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전단 50원·벽보 200원)'를 시행하면서 시민들에 의해 수거된 물량이다.
하지만 제주시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예산 3000만원이 조기 소진돼 오는 9월까지 운영이 중단됐고, 서귀포시 역시 예산 소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길거리에는 다시 불법 광고물이 넘쳐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예산을 대폭 늘려 수거보상제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아울러 중앙전파관리소에 협조를 구해 불법광고물에 적힌 전화번호를 최소 1년 이상 정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혓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출을 진행하기 전에는 행정에 등록된 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만 고금리 등의 피해를 피할 수 있다"며 "성매매 광고의 경우는 관련 부서와 경찰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엿다.
한편 제주경찰에서도 올해부터 '풍속단속반'을 구성해 성매매 행위 근절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