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의 창립자가 이용자 정보 유출 방조 혐의로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갔다. 우버의 무인 자동차는 사람을 치어 숨지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이즈음 디지털 시민 권리에 대한 공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인간을 이롭게 한다고 속삭이는 혁명의 기술이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지만 그 한편에선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과거 인간의 기술이 삶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면 지금의 그것은 인간의 모든 곳에 스며들며 우리의 삶 전체를 규정하는 모양새다.
이광석 등 제작 문화와 관련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 8명이 공저한 '사물에 수작 부리기'는 이같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차고 넘치는 기술들이 미래에 대한 투명성과 권능을 부여하기 보다는 우리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어두컴컴한 '암흑상자' 같은 밀봉된 미래로 인도하는 것은 아닐까란 물음에서 출발했다. 제목에 달린 수작은 손과 몸으로 기계와 사물을 더듬어 지혜에 이르는 수작(手作)이면서 그 사물의 질서에 비판적 딴죽을 거는 수작(酬酌) 둘 다 의미한다.
빅데이터, 가상·증강 현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포스트휴먼 등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는 휘황한 기술을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깃발 아래 모든 과학기술의 향방이 그곳으로 쏠리고 있다. 이 시대에 결핍된 건 탐색과 자율의 감각이다.
책은 수작과 제작을 통해 공생공략, 탈성장, 회복력 등 느리더라도 공동의 호혜적 가치를 보장하는 사물 세계의 민주적 패러다임을 더불어 고민해보자고 요청한다.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주어진 환경에 맞춰 움직이려는 제작 문화의 구상, 즉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찾는 '기술과 몸의 앙상블'이라는 문명의 지혜를 궁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반문명의 기술 탈출론이나 거대 기술의 폐해 속에 작은 기술만을 보듬자는 이상주의적 주장을 펴는 것은 아니다. 단지, 몸소 제작 수행을 통해 기술이 우리에게 손짓하는 과잉의 신기루에 부화뇌동하지 말자는 것이다. "현대인의 기술 무기력증이 사실상 근거없는 기술 추종에서 온다고 본다면, 기계의 근본 이치를 따져 묻고, 이를 재배치하고 역설계하려는 자율과 자생의 사물 탐색의 실천학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안그라픽스. 1만7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