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우정·꿈·가족·생명 등
공감과 위로의 글·그림 담아"힘든 사람들 지켜주고 싶어"
오래 전 그 시절을 건너온 탓인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내 나이 열한 살에 바라봤던 세상은 어떤 빛깔이었는지.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꼬마 작가' 전이수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엔 의젓한 성인과 철부지 소년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듯, 아이라고 그들만의 세계가 없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얼마전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집에 왔다. 같이 놀다 보니 그 강아지가 옆에 있기만 해도 큰 위안이 되었다. 내가 아직 어려서 직접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진 못하지만 마음으로라도 위안이 되고 싶다. 사람보다 엄청 큰 개가 되어 곁에서 말없이 지켜주고 싶다. 힘들어 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커다란 강아지가 아이의 머리를 핥고 있는 그림 옆에 쓰여진 문장이다. '위로 1'이란 제목이 달렸다. 뒤이어진 '위로 2'에도 절망에 빠진 이에게 공감의 눈빛을 전하는 듯한 반려동물이 등장한다. 아이가 꿈꾸는 삶이다.
치타처럼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 되고 싶은('나의 꿈') 열한 살 꼬마 작가는 영재를 발굴하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아이는 지금 푸른 바다가 있고 맑은 바람이 부는 제주 자연 속에서 재미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꼬마 악어 타코', '걸어가는 늑대들', '새로운 가족' 등 세 권의 그림책을 냈다.
이번에 나온 그림 에세이 40여편에는 제주 바다, 가족, 동물들이 얼굴을 내민다. 아이는 제주항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의 생을 떠올리고 오름 위에 올라가 내려다본 보리밭 풍경을 펼쳐놓는다.
그중에서 자연이 건네는 말은 아이에게 쉼표가 된다. "내가 약간 높은 곳에 올라섰을 때 바람이 말했다. 잠깐 쉬어가라고……." 알록달록하게 핀 꽃들도 소년에게 같은 말을 한다. 사람이 만들어놓은 회색빛 도시 속에서 자연으로 집을 짓고 자연으로 살아가는 어린 새들은 아이에게 설렘과 깨달음을 준다.
이웃의 아픔에 눈길을 둔 그림도 보인다. 아이는 가족들과 제주로 온 직후에 벌어진 세월호의 형과 누나들을 떠올리며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올챙이(올챙이떼)를 한 마리씩 그려넣었다.
"사랑, 우정, 꿈, 자연, 가족,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작가의 말'에 써놓은 아이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주니어김영사.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