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윤의 편집국 25시] "살 곳이 줄어든 마당에 천국이라니"

[이태윤의 편집국 25시] "살 곳이 줄어든 마당에 천국이라니"
  • 입력 : 2018. 10.04(목) 0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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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쯤 지인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대정읍 신도리의 한 포구를 찾았을 당시 포구안에는 어미 돌고래와 새끼 돌고래가 유유자적 헤엄을 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에 주변에 있던 물놀이객들은 돌고래의 모습을 담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촬영하는가 하면, 어린이들은 돌고래가 신기한지 포구 가까이 다가가 큰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당시에는 몰랐다. 돌고래가 연안환경 변화로 살곳이 줄어들어 이곳에 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최근 해양수산부(해수부)는 '제주 바다는 돌고래 천국', '새로운 관광자원'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놨지만, 돌고래가 무슨 이유로 대정읍 연안에 정착하게 된 원인 등을 제시하지 않고 관광자원화를 운운했다는 점에서 빈축을 샀다.

해수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서 최근 3년 동안 제주 전역에 걸쳐 조사를 진행한 결과 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에 남방큰돌고래가 정착해 서식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남방큰돌고래가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수부의 이러한 발표는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가 대정읍 해안으로 위축된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김병엽 제주대학교 돌고래연구팀 교수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며 광범위하게 분포했다"며 "이번 서식지 확인은 남방큰돌고래의 활동 범위가 얼마나 축소된 것인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 환경단체는 "해양수산부가 보호대책 없이 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대정읍 연안이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라고 인정된 만큼 이 지역을 돌고래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2013년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제주도 남방큰돌고래를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한 바 있다.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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