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압록강·두만강을 가다] (7)백두산의 멸종위기식물

[백두산·압록강·두만강을 가다] (7)백두산의 멸종위기식물
한라-백두 희귀 멸종위기식물 공통 분포 주목
  • 입력 : 2018. 10.15(월) 20:00
  • 이윤형 선임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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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과 백두산은 희귀 멸종위기식물이 공통적으로 분포하는 등 유사점이 많다. 서파에서 바라본 백두산의 고산식생, 천상의 화원이라 부르는 고산습원이다. 사진=특별취재팀

백두산 멸종위기식물 24종 중
공통적으로 한라산에 7종 자생

양 지역 식생 공동연구 필요성
[전문가 리포트]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백두산 자락 이도백하에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있다. 쭉쭉 벋은 소나무의 자태가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미인송이라고 부르겠는가.

이 종은 구주소나무의 한 변종으로 현지에선 장백송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와 구주소나무의 교잡종으로 추정하고 있는 종인데 보기에도 좋지만 목재생산성도 뛰어나다. 중국이 국가급 멸종위기식물 Ⅲ급으로 지정한 백두산특산식물이다. 멸종 위기종 4종, 희귀종 3종, 취약종 17종으로 총 24종이 중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백두산 희귀 멸종위기식물들이다.

사실 이 현황은 길림성 통화대 저우유 교수가 2004년 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밝힌 것이다. 중국은 그 후에도 부분적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의 희귀성 평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범주별 희귀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백두산의 희귀 멸종위기식물에 대해서는 위의 24종을 주로 인용하고 있다.

중국은 희귀 정도에 따라 국가급으로 Ⅰ~Ⅲ급의 세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Ⅰ급에 해당하는 종은 전국적으로 8종인데 그 중 백두산에 1종이 있다. Ⅱ급 종은 전국 159종 중 5종, Ⅲ급 종은 221종 중 18종이 백두산에 자라고 있다.

결국 백두산에는 중국이 전국적 희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388종 중 24종이 분포하여 전체의 6.19%나 된다. 이것은 열대에서 한대, 해안식물대에서 고산식물대를 지나 고산황원대, 기타 강과 호수, 심지어 사막과 같은 다양한 기후대와 분포대의 서식지를 가지고 있는 중국으로 볼 때 대단히 높은 비율이다. 그 중 2종은 양치식물, 또 2종은 나자식물 즉 침엽수, 그리고 나머지 20종은 피자식물이다.

흥미롭게도 백두산의 희귀 멸종위기식물 24종 중 7종이 한라산에 자생한다. 희귀 멸종위기식물의 29.16%가 한라산과 공통으로 분포한다는 점은 한라산과 백두산의 식생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해야할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골고사리

함박꽃나무

돌콩

우선 Ⅱ급에 해당하는 종으로 양치식물인 골고사리가 있다. 한라산의 자생지는 한 겨울에 차가운 공기를 지하 공동이나 돌무더기 사이에 저장했다가 여름까지 서서히 뿜어내 추운 환경을 만드는 곶자왈 같은 곳이다. 한밝교 일대 자생지는 해발 약 1000m에 해당한다. 돌무더기로 되어 있으면서 골짜기의 차가운 바람이 통과하는 곳이다.

그 외 나머지는 모두 Ⅲ급 종인데, 함박꽃나무, 황기, 돌콩, 황벽나무, 시로미, 천마 등 6종이다. 그 중 함박꽃나무는 한라산의 해발 1300m 이상의 구상나무숲에 자라고 있다. 백두대간의 고산준령을 따라 백두산까지 분포한다. 황기는 콩과식물로 키는 30㎝정도로 작다. 한라산의 해발 1500m 이상 고지대의 풀밭에 탐라황기의 형태로 자란다. 개체수가 많지도 않은데 기후변화로 이보다 더 큰 식물들에 의해 자생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시로미

천마

백두산의 경우 자생지 상황을 알 수 없으나 한라산에서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시로미는 대표적인 주극 고산식물이다. 이 종은 시베리아, 캄차카, 캐나다, 유럽의 고위도에 분포하는 종이다. 핀란드에서는 북위 68°까지 분포하고 있다. 주로 툰드라의 이끼식생, 고지대의 바위 위나 바위틈, 잎갈나무 같은 침엽수 숲 틈의 이끼군락 등에 자란다. 이런 북극에 가까운 극단적으로 차가운 기후에 적응한 식물이 한라산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백두산의 경우 위도 상으로도 그렇지만 워낙 높은 산이라 시로미는 지천으로 깔려 있을 법 한데 이렇게 희귀식물로 지정하여 보호할 만큼 드물다는 것 역시 놀랍다.

이와 관련하여 고려할만한 종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돌매화나무다. 이 종 역시 시로미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 고위도의 추운 곳에 자라는 식물이다. 그런데 한라산에는 분포하고 있는데 백두산에서는 발견되고 있지 않다. 한반도에서는 유일하게 한라산에만 자란다.

예컨대 캄차카의 자생지를 보면 일부 지역의 경우 시로미와 돌매화나무가 너무나 흔하여 이 지역 아이들은 마치 우리나라의 잔디밭처럼 그 위에서 뛰논다. 그 원인을 백두산의 화산활동 때문에 일부의 주극 고산식물들이 정착하기에는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추정도 하고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있었다가 없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을 것이지만 아무튼 연구해볼 만한 현상이다.

황벽나무는 한라산에 자란다. 한반도 전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나 백두산을 비롯해서 만주 일원에는 비교적 희소한 편이다. 관상가치, 코르크 생산, 약용 가치가 뛰어나 예로부터 많이 심었다.

천마는 엽록소가 없어 낙엽이 썩어가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부생식물이다. 전국적으로 희소한 편이지만 약용으로 경제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재배기술을 개발하여 널리 보급하고 있기도 하다. 희귀한데다 경제성이 높기 때문에 희귀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멸종위기 식물의 보존은 왜?]

돌콩은 흔히 된장콩으로 알려진 대두의 원종으로 추정되는 식물이다. 야생콩이라고 해도 되는 식물이다. 한라산에도 자라고 있다. 사실 콩의 역사를 보면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래된 유적에서 가끔 이 씨앗이 발굴되기도 한다. 백두산이 있는 곳, 바로 이곳 만주는 대두의 원산지가 아닐까하고 추정되는 곳이다. 중국에서 재배하는 콩은 만주에서 씨앗을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또 함경북도 회령군 회령읍 오동에 있는 청동기시대유적에서 콩이 출토된 적이 있는데 연대가 B.C. 2000년이라고 하니 고조선시대에도 콩을 먹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유럽에는 1690년경에 도입되었고, 미국에는 1804년경에 처음으로 알려져 1900년경부터 널리 재배했는데 문제는 야생콩이 없는 미국이 세계 총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세계 콩 시장은 미국이 주무르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나 중국은 야생콩인 돌콩을 오래전부터 보호식물로 지정하여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 제주도에는 이런 야생콩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조차 없다. 물론 미국이 야생콩을 가져다가 바로 재배를 한 것은 아니다. 수많은 품종들을 수집하고 서로 교배하여 생산성이 높은 품종을 육성해낸 것이다.

한라산과 공통종은 아니지만 백두산에 자라는 중국의 국가급 멸종위기야생식물 Ⅰ급은 딱 한 종이 있다. 그것은 놀랍게도 인삼이다. 물론 야생 인삼은 희귀하다. 예부터 불로초라고 부를 만큼 약용가치가 뛰어나다. 백두산 일대의 최고 특산물은 단연 인삼이다. 곳곳에 인삼의 상품 광고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산삼을 캐면 신문방송에서 호들갑이라 할 만큼 요란스럽게 보도한다. 마치 산삼 캐기를 부추기는 것 같다. 우리는 왜 보호식물로 지정하지 않는 걸까? 우리나라에선 농가에서 과잉이라고 해도 될 만큼 엄청나게 많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멸종의 위기에서 탈출한 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콩에서 보듯이 새로운 품종 육성의 재료로 중요하기 때문에 보호식물로 지정한 것이다. 야생 산삼의 채취는 금지하고 있다. 재배하는 품종은 유전적 다양성이 아주 좁아져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 야생종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백산'자연보호구의 생물다양성의 총 가치를 연간 78억1600만 위안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 중 생태효과 63억4200만 위안, 사회효과 10억5400만 위안, 경제효과 4억2000만위안 등이다. 지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생물자원의 보호는 이처럼 경제효과와 직결된다. 한라산의 생물다양성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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