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 2부] (10)인천 옹진군 백령도 해녀

[한국 해녀를 말하다 2부] (10)인천 옹진군 백령도 해녀
백령도서 울려퍼지는 출항해녀의 숨비소리
  • 입력 : 2018. 12.19(수) 2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김호순(70) 해녀.

서해 최전방 백령도 최근 해녀 2~3명만 남아
가리비·다시마 등을 채취하며 생계 이어가


"수십년 전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제주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출항 해녀를 잊지 않고 이곳까지 찾아주어서 고맙네요."

인천에서 육지와 가장 멀리 떨어진 백령도에서는 북한 황해도 장산곶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한과 북한의 경계에 있어 한적하다 못해 긴장감까지 느껴지는 백령도의 바다에서도 제주출신 출항 해녀의 숨비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북한 황해도 장산곶을 배경으로 한 어선이 백령도 두무진 선착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오전 8시쯤 취재팀은 백령도에서 물질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출신 김호순(70)해녀를 만나기 위해 인천항에서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인천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4시간이 지난 낮 12시쯤 백령도 항에 도착했고, 취재팀은 김 해녀를 만나기 위해 두무진 포구로 향했다.

백령도에서 취재팀은 김 해녀의 사위인 윤학진(40)씨의 도움을 받았다. 윤씨는 자신의 배에 취재팀을 태운 뒤 장모가 물질을 하고 있는 해역까지 안내했다.

김 해녀가 두무진 인근 해역에서 다시마를 채취하고 있다

사실 윤씨 또한 제주도(우도) 출신이다. 9년 전 장모를 돕기 위해 백령도를 찾았고 현재까지 장모와 함께 2인 1조로 팀을 이뤄 물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윤씨는 2년전 백령도에서 횟집을 열고 장모가 직접 채취한 싱싱한 해산물 등을 손질하고 판매하고 있다.

두무진 포구에서 출발한 윤씨의 배가 20여분쯤 지나 백령도 서쪽 해역 마을어장에 도착했다.

백령도 주민이 이날 채취한 다시마를 두무진 해변에서 세척한 뒤 말리고 있다

김 해녀는 다시마 채취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취재팀은 수중 촬영 장비를 정비한 뒤 곧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김 해녀의 물질 작업에 동행했다. 수심은 대략 2m 정도로 깊지 않았으며, 어장에는 커다란 다시마가 바닷속에 숲을 이뤘다. 김 해녀는 한 손에 곡괭이를 쥐고 바닷속으로 잠수한 뒤 성인 키 만한 다시마를 채취하곤 수면 위로 끌어올려 망사리에 담았다.

취재팀은 한 시간가량 김 해녀의 물질 모습을 취재한 뒤 자리를 옮겨 두무진 포구에 있는 김 해녀의 큰아들이 운영하고 있는 횟집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해녀는 "수십년 전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제주를 떠난 출항 해녀를 잊지 않고 백령도까지 찾아줘서 고맙다"면서 활짝 웃으며 취재팀을 반겼다.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른 높이 99m의 병풍바위

이어 그는 "서른즈음에 자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주를 떠나 바다에 물건이 많다는 백령도를 찾았다"면서 "힘든 물질생활을 이어가며 제주에 있는 삼남매들을 대학까지 보냈고 결혼까지 시킬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김 해녀에 따르면 40년 전 백령도에는 출항 해녀들이 꽤나 있었지만, 현재는 2~3명만 남아 각자 물질을 이어가고 있다. 또 과거보다는 물건(해산물)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까지도 가리비, 해삼 등이 지속적으로 잡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해녀는 사위 윤씨와 함께 물때가 맞을 시기에는 공기 공급줄이 연결된 호스를 통해 공기를 마시며 수산물을 채취하는 '잠수기어업(일명 머구리)'을 병행하고 있다.

병풍바위.

그는 "물때가 맞는날에는 머구리를 쓰고 수심 수십미터까지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나이가 들어 몸이 부담을 느끼면서 1시간 이상은 작업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주에서는 해녀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준다고 들었다"라며 "이곳에 남은 해녀들도 아직까지 물질을 이어가고 있어 의료비만이라도 지원을 해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코를 바다에 담그고 있는 코끼리바위.

명승지 8호로 지정된 백령도 두무진은 사암과 규암이 겹겹이 쌓인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또 두무진의 얼굴이라 일컬어지는 선대암,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른 높이 99m의 병풍바위, 코를 바다에 담그고 있는 코끼리바위 등을 보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별취재팀=팀장 고대로 정치부장·이태윤 기자/자문위원=양희범 전 제주자치도해양수산연구원장, 좌혜경 제주학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조성환 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 김준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조성익·오하준 수중촬영전문가>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37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