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의 편집국 25시] '제도적 불임'에 대한 호소

[김지은의 편집국 25시] '제도적 불임'에 대한 호소
  • 입력 : 2019. 04.11(목)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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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불임' 부부들이 너무 많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을 환경이 안된다는 거죠." 최근 대중의 분노를 산 '정부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부모가 한 언론을 통해 한 말이다.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를 통해 소개 받은 돌보미라 더 믿고 아기를 맡겼지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아야 했다. 그럼에도 먹고 살기 위해 여전히 생업을 놓지 못한다. 이 부부는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겁난다"고 했다.

아이 돌봄에 대한 고민은 이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몇해 전 저출산 관련 취재를 하면서 만난 '워킹맘'의 속앓이도 다르지 않았다. 회사가 대체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을 허락해주지 않아 갓난아기를 떼놓고 일해야 했다거나 퇴근이 늦은 탓에 아기를 온종일 시댁에 맡기고 휴일에만 본다는 이도 있었다. 이 모든 사연이 맞벌이를 하며 아기를 낳고 키우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낸다.

육아를 위해 부모 중 한쪽이 일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는 주로 여성들의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 따르면 경력단절을 겪은 도내 15~54세 기혼 여성은 2017년 기준 1만명(전체의 8.7%)이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육아(41.4%, 2016년 기준)였다. 경력단절 문제가 심해지면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도내 출생아 수는 1981년 월별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적은 4800명이었다. 이전까지 유지되던 5000명 선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이러한 통계를 마주하자니 '제도적 불임'을 호소하는 외침 더 크게 다가온다. 아기를 맘놓고 맡길 곳이 없고 육아휴직 등 이미 마련돼 있는 제도도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에선 결코 아이 울음소리가 커지길 기대할 수 없다. <김지은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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