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2)신화역사로~남송이오름~마로길~태역밭길~저지곶자왈~문도지오름~올레길~비밀의정원 입구

[2019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2)신화역사로~남송이오름~마로길~태역밭길~저지곶자왈~문도지오름~올레길~비밀의정원 입구
깊은 봄, 제주 자연에서 만난 특별한 선물
  • 입력 : 2019. 05.28(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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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내린 봄비에도 걱정보다 기대 앞선 걸음
빗물 함빡 머금은 초원·곶자왈 초록빛으로 넘실
잘 익은 상동나무 열매 따 먹으며 추억 나누기도
오름 아래로 펼쳐진 곶자왈 풍경에 경외감 들어


지난 18일 간만에 내린 봄비가 이른 더위를 식혔다. 빗줄기가 제법 세찼지만 걱정보다 기대가 앞섰다. 숲에서만큼은 나무를 지붕 삼아 비를 피할 수 있고, 빗줄기가 잠잠해지면 숲은 더 또렷이 제 모습을 드러낼 테니. 오랜만에 대지를 적신 비를 향해 숲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올해 두번째 에코투어는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있는 남송이오름에서 시작됐다. 이어 마로길, 태역밭길, 저지곶자왈, 문도지오름 등을 거쳐 비밀의정원 입구로 나오는 코스였다. 오름으로 이어지는 길을 노랗게 수놓은 보리가 길벗을 하며 걸음에 힘을 실었다.

남송이오름을 오르는 길은 꽤나 가팔랐다. 시작부터 숨이 가빴다. 그러나 힘든 것도 잠시, 지천에 핀 하얀 찔레꽃을 따라 10여분쯤 걸으니 이내 정상에 다다랐다.

"남송이오름은 남쪽에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남송이'라고 하는데, 그 지형이 날개를 펼친 솔개(소로기)를 닮았다고 해 '남소로기'라고도 불립니다.

2019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지난 18일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진행됐다. 태역밭길 언덕배기에서 내려다 본 초록빛으로 물든 풍경. 강희만기자

남송이오름처럼 제주시 한경면 인근에는 동물 이름이 담긴 오름이 많지요. 문도지오름은 죽은 돼지의 모습을 닮았다고 붙어진 이름이고 마오름은 말, 이계오름은 닭을 연상하게 하죠." 길을 안내한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이 말했다.

오름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한숨 돌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비가 몰고 온 안개에 오름 밑이 희뿌옇지만 보일 듯 말 듯한 '숲 세상'이 되레 신비로웠다. 빗속 산행만이 지닌 멋이다.

오름을 내려와 걷다 보니 푸른 잔디밭이 펼쳐졌다. 그 속에서 방목한 말들도 한가롭게 풀을 뜯었다. 그 길을 빌려 조심히 걸음을 이어갔다. 풀이 웃자람 없이 잘 다져져 걷기 편했다.

지천에 핀 하얀 찔레꽃

5월, 제주는 자연이 주는 선물로 빛났다. 발이 닿는 곳마다 꽃이 활짝 펴 있고 야생 복분자, 멍석딸기처럼 몇몇 나무는 손톱만한 열매를 맺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만난 상동나무 열매는 봄이 깊어졌음을 알렸다. 까맣게 잘 익은 열매를 한줌 따 입에 넣으니 이 계절 숲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달콤한 그 맛이 자꾸 걸음을 잡아끌었다.

상동나무 열매는 누군가의 기억 저편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한 참가자는 "어릴 때 상동나무 열매를 따 먹다 손과 입이 시꺼메지곤 했다"며 웃었다. 김계출(66)씨도 "보리가 익을 때쯤 상동나무 열매도 같이 익는다"면서 "어린 시절엔 밭 주변에 상동나무가 많았는데, 보리를 베다 쉬면서 열매를 따 먹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서로서로 풀어놓은 옛 이야기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청미래 덩굴열매

아침만 해도 세차게 쏟아지던 비는 어느새 잠잠해졌다. 잠시 쉬면서 허기를 달래고 문도지오름으로 향했다. 정상까지 이어진 길은 완만했지만 그 위에 오르니 비가 남긴 강한 바람에 몸이 휘청였다. 몸을 곧추세우고 발아래를 굽어보니 거대한 곶자왈이 만들어낸 초록 물결이 넘실댔다. 깊이를 알 수 없이 펼쳐진 풍경에 자연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었다.

가는 곳마다 주렁주렁 달린 상동나무 열매

오름에서 내려와 곶자왈을 지나 여정을 마무리했다. 비를 함빡 머금은 덕인지 그 속에 뿌리를 내린 나무와 풀이 품어내는 초록의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무에 기대 자라는 목이버섯, 고개를 숙인 듯 꽃을 피운 때죽나무 등도 잇따라 스쳐갔다. 깊은 봄,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에 마음까지 넉넉해졌다.

애기도라지

에코투어에 두번째 참가했다는 양영수(65)씨는 "이번 투어에 함께하면서 고향 선배도 만나고, 젊었을 때 가르쳤던 제자도 만났다"면서 "친구의 추천으로 고등학교 동창 3명이 같이 왔는데, 혼자서는 다니지 못하는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목이버섯

여신숙(63)씨는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오름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데 제주를 좀 더 알기 위해 에코투어에 참가하고 있다"며 "다른 참가자들과 얘기하며 걷다 보니 상동나무 열매가 '지락지락 욜앗져(주렁주렁 열었네)'처럼 잊고 있던 제주어를 자연스레 꺼내게 됐다. 제주어 보전이 다른 게 아님을 느꼈다"고 의미를 덧붙였다.

한편 올해 3차 에코투어는 6월 1일 이어진다. 금백조로에서 시작해 백약이오름, 농로길, 미나리못, 동검은이오름, 목장길, 구좌성산곶자왈을 거쳐 다시 금백조로로 나오는 코스다. 김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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