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인가구 리포트] (2)청년 1인가구의 삶 - ③ 식생활

[제주 1인가구 리포트] (2)청년 1인가구의 삶 - ③ 식생활
끼니 거르고 대충 때우고… “건강한 식사 경험 늘려야”
혼자선 소홀하기 쉬운 '식생활' 배달음식·가공식품 섭취도 잦아
불규칙한 식생활에 건강 적신호 지원 고민하는 지자체… 제주는?
  • 입력 : 2024. 08.19(월) 05: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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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봉구가 지난해부터 자체 예산으로 시행 중인 '청춘 포레스트'는 청년 1인가구 건강 증진을 위한 식습관 형성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프로그램 진행 모습. 사진=도봉구

[한라일보] "요즘엔 1인가구를 위해 적은 양으로 포장된 음식 재료도 많이 팔지만, 유통기한 내에 소비를 하긴 쉽지 않아요. 일하고 돌아오면 요리를 하고 뒤처리를 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요."

올해 초에 다시 1인가구가 된 이민호(가명·30, 제주시 연동) 씨가 말했다. 제주 밖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혼자 자취했던 경험이 있지만, 스스로 요리해 끼니를 챙기는 일은 익숙지 않다. 집에서 먹는 밥은 보통 저녁 한 끼인데, 이마저 조리가 편한 냉동식품이나 배달 음식에 의존하는 날이 많다.

민호 씨는 "직접 음식을 만드는 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면서 "냉동식품도 족발, 치킨, 피자, 볶음밥처럼 종류가 다양하고 조리법이 간단해 자주 사 먹게 된다"고 했다.

1인가구 5개월 차인 김지혁(가명·34, 제주시 이도2동) 씨도 "웬만하면 요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음식을 만들고 먹고 치우는 게 모두 일처럼 느껴져서다. 하루 식사는 '아침 겸 점심'과 '저녁' 두 번인데, 대개 '집 밖'에서 해결한다.

지혁 씨는 "퇴근 후에는 외식을 하거나 집에 오기 전에 마트에 들러 먹을거리를 산다"면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을 땐) 배달 음식을 먹거나 냉동식품으로 간단히 때운다"고 했다.

1인가구 이민호 씨의 냉장고 안에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식재료보다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 등이 채워져 있다.

혼자 살면서 소홀하기 쉬운 게 '식생활'이다. 이른바 '혼밥' 메뉴를 고를 때 최대한 빠르고 간편한 음식을 찾게 되는 것처럼 혼자만의 식사는 한 끼 때우는 일이 되기 쉽다. 이러한 경향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지역 1인가구 실태조사'(2023년)에서도 확인된다.

도내 1인가구 636가구가 참여한 조사에서 '균형 있는 영양 섭취를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은 36.6%(매우 그렇다·그렇다)에 불과했다. 반면에 '하루에 한 번 이상 끼니를 거르곤 한다'(37.4%)거나 '반찬 만들기가 번거로워 대충 끼니를 해결한다'(40.2%)는 응답은 이보다 높게 나타났다. 혼자 있을 때 식사를 거르는 이유로는 '음식을 만들고 치우는 것이 귀찮아서'(28.0%), '혼자 먹기 싫어서'(19.3%), '식욕이 없어서'(17.8%) 등의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문제는 이런 식습관이 건강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불규칙적인 식사와 가공식품 등의 소비가 많은 식생활이 계속되면 중년 이후에 주로 나타나는 대사증후군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1인가구의 경우 2인 이상 다인가구보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1.14배 높고 복부 비만, 고혈압, 고혈당 위험이 1.14~1.28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2021년 '헬스케어' 게재)도 있다. 젊은 청년 세대부터 식생활 개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서울, 경기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청년 1인가구 식생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청년 1인가구의 건강 관리를 1차적 목표로 사회적 고립 방지를 위한 장치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제주에선 행정 차원의 관심이 소극적이다. 제주자치도의 '2024 청년정책 시행계획'에 담긴 97개 세부 시행계획 중에 식생활, 건강 지원과 관련된 사업은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지원' 정도였다. 김지은기자



전라남도 나주시가 지역 내 청년 1인가구에 지원하고 있는 아침식사 '밀키트'. 사진=나주시



"우리 같이 밥 먹고 건강 챙깁시다"


서울시·경기도 등 청년 1인가구 '식생활 개선'에 지원
도봉구 '청년 포레스트' 눈길… 나주시 밀키트 배달도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청년 1인가구를 위한 '건강한 밥상'을 시작했다. 청년 1인가구를 위한 맞춤형 요리수업이자 소통 프로그램이다. 서울시의 공모 사업으로 올해는 강동구, 금천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 5개 자치구에서 운영 중이다.

이들 자치구에선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부터 계절 반찬, 간식, 다문화 음식 등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 1인가구지원과 관계자는 "건강한 밥상은 배달음식, 간편식 등에 익숙한 청년에게 식재료 손질법, 조리법을 배우고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동대문구가 지역 내 한방진흥센터와 연계해 1인분 간단 보양식 만들기 등의 요리수업을 하는 것처럼 자치구별로 지역 여건, 특성을 반영해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요리만 배우는 시간은 아니다. 1인가구라는 공통점이 있는 청년 간의 '소통'을 향한다. 프로그램 안에도 요리 외에 소통 시간을 별도로 뒀다. 실내 캠핑, 한강 나들이, 시장 탐방 등을 함께하는 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음식을 매개로 모인 참여자들이 교류,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관계망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시의 예산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청년 1인가구를 지원하는 자치구도 있다. 서울시에선 처음으로 전액 구비로 '청년 1인가구 건강 증진을 위한 식습관 형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도봉구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제목을 딴 도봉구의 '청춘 포레스트'는 자신의 식생활을 돌아보며 영화에 나온 건강식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중독 예방 교육, 오일 테라피 등을 더해 마음 건강까지 돌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경험은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봉구 1인가구지원센터가 지난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년 20여 명에게 물었더니 '배달음식 대신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는 횟수가 증가했다'거나 '한 끼라도 나를 생각하며 소중하게 차려 먹어야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도봉구 관계자는 "음식을 사 먹는 대신에 요리를 해 봤다는 뿌듯함이 집에서도 음식을 만들게 한다는 소감도 있었다"며 "올해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참여자들이 집에선 어떤 요리를 했는지 공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1인가구 지원사업으로 '식생활 개선 다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비의 30%를 경기도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시·군이 부담하는 구조이지만, 해마다 참여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2022년 6곳, 2023년 13곳에서 올해는 경기도 전체 시군 31곳 중에 21곳이 식생활 개선 다이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청년 1인가구에 손질 재료, 조리법 등을 담은 '밀키트'를 배달하며 아침을 챙겨주는 지자체도 있다. 전라남도 나주시다.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지역 청년들의 아침 실천율(20대 21%, 30대 33%)이 전체 평균(64.9%)보다 낮게 나타난 것에 착안해 지난해부터 청년 1인가구에 밀키트를 지원하고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비만의 한 원인인 아침 결식률을 줄이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돕기 위해 올해는 모두 80명을 선발해 주 2회, 4주간 밀키트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인증 사진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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