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로 터전 옮긴 제주 해녀들30~40년 전 30여명→ 현재는 8명
고령화 등 어려움 속 물질 이어가
수십 년간 받은 지원 잠수복이 전부
"잠수병 치료 등 현실적인 지원을"
전라남도 완도 지역 곳곳에서 제주출신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곳 해녀들은 고령화를 겪으며 한평생 이어온 물질을 그만둬야 하는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해녀를 말하다' 취재팀은 완도에서 물질을 이어가고 있다는 제주출신 해녀들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4일 오전 7시 제주항에서 배를 이용해 완도로 향했다. 제주항에서 출발한 배는 오전 11시쯤 완도항에 도착했고 취재
물질을 하기 위해 완도항 방파제 인근 바다로 향하는 완도해녀팀 소속 윤순정·고복자씨
팀은 서둘러 완도항 인근 완도해변공원 한편에 마련된 컨테이너를 찾았다. 이곳에서 제주출신 해녀 등이 소속돼 있는 완도읍 해녀팀을 만나 취재를 진행했다.
이날 취재에는 윤순정(68·강정)·김길신(74·완도)·백명자(68·완도) 해녀가 참여했지만, 이들은 고정림(66·제주)·고복자(69·우도)·홍정옥(70·무릉) 등을 포함해 총 6명이 함께 팀을 이뤄 물질에 나서고 있다.
완도 해녀팀에 따르면 30~40년 전만 하더라도 완도읍 내에 제주출신 해녀들은 3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고령화를 겪으며 물질을 그만두거나 다른 지역으로 해녀들이 떠나면서 현재는 8명 내외로 해녀 수가 줄었고, 이마저 현재 남아있는 해녀들도 곧 70대에 접어들면서 지속해서 물질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순정 해녀가 바다속에서 채취한 해삼을 보여주고 있다
해녀들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물질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행정적인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수십 년 동안 지원이 없다가 2년 전 완도군에서 잠수복 한 벌을 지원해준 게 전부다.
이곳 해녀들은 잠수복 지원도 좋지만, 병원비 등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평생 물질을 이어오며 몸이 성하지 않지만, 잠수병 치료 등과 기본적인 병원비 지원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바다에서 물질을 이어오면서 관절과 허리 등 몸이 성한 곳이 없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은 데다 병원비까지 부담스러워 병원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전액은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병원비가 일부 지원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막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삼
이와 함께 선박을 이용해 먼바다로 나가 물질을 하는 다른 지역의 해녀들과 달리, 완도 지역 해녀들은 대부분 차량을 이용해 완도항 인근 해역에서 물질을 이어가고 있다. 또 차량을 통해 이동하다 보니 우도읍 지역뿐만 아니라 진도와 조도 등지를 찾아 1년 내내 바다로 향하고 있다.
이들의 수입원은 해삼, 전복, 성게 등이다. 성게는 매년 가격이 다르지만 보통 1㎏당 7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복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는 자연산 전복을 찾기가 힘들어 채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삼의 경우에는 6명이 함께 물질에 나설 경우 많게는 100㎏를 채취할 때도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드물다. 보통 20㎏ 내외로 잡는데, 수익을 분배하다 보면 1인당 돌아오는 금액은 하루 용돈 벌이 정도에 그치고 있다. 더불어 완도읍 지역의 경우 해녀들이 마을어장에서 잡아온 해삼물 등의 수익은 어촌계와 해녀가 6대4로 나누거나 해산물의 물량이 많지 않을 경우에는 반반씩 분배되기도 한다.
오른쪽부터 완도해녀팀 소속 윤순정·김길신·백명자씨.
취재팀은 이날 해녀팀의 물질에 동행해 완도 지역의 수중 생태계 환경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날 해녀팀 중 고복자·윤순정 해녀는 완도항 방파제 인근 해역에서 물질을 실시했다.
이곳의 수심은 대략 5m가량 됐고, 바다 속 시야는 1m도 확보 안될 정도로 탁했다. 악조건인 상황 속에서 해녀들은 해삼 등의 해산물을 드문드문 건져 올렸다.
이날 해녀팀은 물질에 나서 많은 양의 해산물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바다로 향하는 게 습관이 됐기 때문에 물질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이태윤기자
▶특별취재팀=팀장 고대로 행정사회부장, 이태윤기자
▶자문위원=양희범 전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장, 조성환 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 김준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조성익·오하준 수중촬영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