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제주 집값 내렸다는데 "체감은 좀 되시나요?"

[문미숙의 백록담]제주 집값 내렸다는데 "체감은 좀 되시나요?"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 입력 : 2019. 08.05(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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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얼어붙은 제주 주택경기가 풀릴 기미가 없다고 아우성인 건설업계의 반대편에선 4~5년 사이 전국적으로 화젯거리가 될만큼 폭등한 집값에 서러움만 커진 서민들이 있다. 도내 미분양은 30세대 이상으로 분양승인을 받아 통계에 잡히는 것만 2년 넘게 1000호를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다시 쓰고 있고, 제주시에 집중됐던 물량이 올들어서는 서귀포시로도 번졌다. 집은 다 지어졌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없는 거래절벽에 건설업계는 돈이 돌지 않아 죽겠다는 상황이니 주택가격이 일정부분 조정받을만도 한데 어찌된 일인지 도통 체감이 되질 않는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올 7월 기준 도내 주택 평균매매가격은 3억1222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억원을 넘어서며 전국평균가격을 앞지르기 시작한 올 1월(3억1401만원)이나 가장 가격이 높았던 5월(3억1427만원)과 비교하면 불과 200만원 안팎이 내렸을 뿐이다. 2014년 7월 도내 평균매매가격이 1억4027만원에서 5년 사이 갑절 이상 폭등했는데 200만원 내렸다고 집값 하락을 말할 수 있을까? 또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를 보면 도내 일부 단지형 아파트의 경우 올들어 1000만~2000만원쯤 떨어진 곳들이 눈에 띄는데, 이 곳들은 4~5년 새 1억~2억원 이상 뛴 곳들이다. 전국 주택평균매매가격이 2014년 7월 2억3228만원에서 올 7월 3억498만원으로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제주 집값 오름폭은 비정상에 가깝다.

상황이 이러니 집없는 서민들 입장에선 미분양 증가나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들이 딴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가격이 내렸다는 것도 꼭짓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니 말이다.

집값이 다시 뛸 기미가 보이자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중으로 조만간 입법예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려면 최근 1년 이내 평균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거나 최근 3개월동안 주택거래량이 전년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 분양 직전 청약경쟁률이 5대1을 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정될 법령은 상승률이나 거래량 적용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지는데, 결과적으로 수도권 등 투기과열지역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준이라면 주택매매량이 급감하고 4~5년간 이상과열됐던 주택가격이 최근 미미한 조정을 받고 있는 제주의 경우 적용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지켜볼 일이지만 제주에서 재건축돼 조합원 몫을 제외한 일반분양될 아파트 가격은 주변시세를 감안하고, 신축주택이라는 메리트가 보태져 책정될 게 뻔하다. 2016년 지은지 30년이 넘어 재건축이 추진중인 도내 한 아파트가 3.3㎡당 2000만원이 넘게 거래된 것도 그런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건 그렇게 등장할 대규모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도내 주택가격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늦었지만 제주도에서도 폭등한 집값을 어떻게든 안정시킬 수 있게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 시행이나 전매제한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역경제 규모나 소득수준, 가뜩이나 바닥인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집없는 서민들에게 지금의 집값은 감내할 수준을 넘어 지옥이나 다름없다.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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