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 농업 등 1차산업은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과 함께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그런 제주 농업이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몇 년에 한 번 가격이 반짝 오르면 이듬해엔 어김없이 과잉생산으로 값이 폭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국 시장으로 유통돼 국민 밥상에 오르는 양배추, 조생양파, 무 등 제주 월동채소 이야기다.
전국에서 가장 이른 3월 하순부터 출하가 시작된 제주산 조생양파 가격은 약세를 보이며 농업인들 얼굴엔 시름이 가득하다. 서울 가락시장의 양파 평균 도매가격의 경우 1㎏(상품)은 3월 990원에서 3월 710원으로 떨어졌다. 평년(2월 1260원, 3월 1280원)과 전년(2월 1580원, 3월 1830원)에 견주면 폭락 수준이다. 70% 이상 출하된 양배추도 사정은 비슷하다. 3월 평균 도매가격이 8㎏(상품)은 2월 8020원에서 3월에는 489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월(1만3410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달 가격도 상당 물량의 시장격리 등 출하물량의 조절 없인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같은 월동채소류 가격 폭락은 제주농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에 그 원인이 있다. 제주도에서 말하는 주요 원예작물의 수급 안정을 위한 자율적 수급관리와 적정 재배면적 유지 정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고령화로 노동력은 줄고, 생산비 부담이 커지니 농가들은 재배가 쉬운 특정 작물 재배에 쏠리고 있다. 그 결과 특정 품목은 조금만 면적이 늘거나 작황이 좋으면 공급과잉으로 이어지고, 농민 입장에선 잘 키워도 손해를 보는 모순에 내몰린다.
언제까지 제주농업이 농산물의 원물 판매에 의존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시장격리로 땜질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원물 출하와 함께 저장과 가공 인프라 확충, 농협의 계약재배 확대, 유통 다변화, '청정 제주산'이라는 브랜드화까지 연결되는 농업 생태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가격 폭락의 충격도 어느 정도 흡수가 가능하다.
이상고온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지금, 제주농업은 기후변화에도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강하고 시장성까지 갖춘 품목으로의 전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재배 안정성, 노동 효율, 소비 트렌드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새 품목을 발굴·육성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변화를 위한 시도 역시 농업인들이 감당하기는 어렵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농업기술원, 농협, 학계, 생산자단체 등이 공동 참여해 중장기적으로 작목 전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제주도는 농업을 식품산업과 연관시켜 전략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관광산업 비중이 가장 높은 제주지만 관광만으론 제주 경제를 지탱할 수는 없음을 그동안 특정 국가와의 외교 갈등이나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거치며 익히 겪어왔다. 농업이 흔들린다면 제주 경제의 뿌리도 당연히 흔들릴 것이다. 풍년이 농업인에게 고통이 되지 않는 농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시급해졌다. <문미숙 경제부동산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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