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나간 아버지를 잃은 소년과 어머니, 마을 사람들의 공동 작업으로 도대불을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
바닷가 마을 소년과 어머니
돌탑 쌓아 도대불 만든 사연멸실 위기 속 보존 가치 담아
온통 푸른 색인 바다 위 노오란 등불이 반짝이고 있다. 파도와 싸우며 생을 헤쳐온 이들을 지켜온 불빛이다. 창문 열면 제주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태어난 김정배 작가가 바다를 비추는 희망의 불빛을 담은 창작집을 냈다. 에스카·자경 작가가 그림을 그린 '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이다.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와 구엄리, 조천읍 북촌리, 한경면 고산리, 구좌읍 김녕리, 서귀포시 보목동 등에 여러 이름으로 남아있는 도대불은 마을 어부들이 관리하던 민간 등대였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인 60~70년대까지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을 위해 쓰였다고 한다. 소나무 가지로 불을 지피거나 물고기 기름을 이용해 호롱불을 켜서 빛을 뿌렸다.
'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은 그같은 등대가 탄생한 사연을 상상을 더해 써나갔다. 원담, 불턱처럼 제주 돌을 이용한 대표적인 제주 공동체의 해양문화유산으로 바다를 품고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간절함이 읽힌다.
"엄마는 커다란 돌덩이를 들고 와서 탑을 쌓았습니다. 나는 엄마가 왜 돌탑을 쌓는 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 엄마는 탑을 쌓아서 불빛을 비추려는 거야.' 나도 다음 날부터 엄마 몰래 탑 쌓는 일을 거들었습니다."
소년 달중이의 아버지는 갈치잡이를 위해 바다로 향했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 목놓아 울던 소년의 어머니는 어느날부터 혼자서 포구로 나가 돌을 쌓기 시작한다. "포구에 불빛만 있었어도…"라는 동네 어부의 말이 어머니를 일으켜 세운 거였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탑 모양 돌을 쌓는 어머니를 보며 실성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고깃배가 무사히 들어올 수 있도록 불빛을 내기 위해 돌을 쌓는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공동 작업에 나선다. 도대불이 완성되자 소년의 어머니는 매일 저녁 그곳으로 나가 불을 켠다. 언젠가 남편이 그 불빛을 보고 집으로 돌아올거라 믿으면서.
책 말미에는 마을에 흩어진 도대불 사진과 특징을 덧붙여 실었다. 갖가지 개발로 마을 지형이 바뀌며 훼손·멸실되어 가는 도대불이 미래세대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근래 제주 작가들의 동시·동화집을 야무지게 묶어내고 있는 한그루출판사에서 나왔다. 1만5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