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들의 신에 대한 사유를 살필 수 있는 푸동티엔브엉 사당에서 열린 축제. 책에 실린 사진은 사진기자였던 저자가 직접 촬영했다.
민족 생존 지켜온 근원 좇아
10년 넘게 베트남 전국 답사신화의 세계에서 호치민까지
그가 처음 발디딘 곳은 겨울 문턱의 하노이였다. 10여년 하노이에 머물며 틈이 날 때마다 베트남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 결실이 하나둘 책으로 묶였고 지난해엔 응웬 따이 트가 편저한 '베트남 사상사'를 우리말로 옮겼다. 이번엔 그의 시선으로 베트남 사상사를 풀어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베트남사회과학한림원 철학원 객원교수인 제주출신 김성범씨의 '베트남 사상으로의 초대'다.
앞서 '베트남 사상사'를 번역 출간하며 밝혔듯, 그가 베트남을 주목한 데는 분단된 우리의 상황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으려는 뜻이 있다. 수천 년 동안 독립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민족의 생존을 건 전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베트남의 사유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한가지 의문과 마주한다. "어떻게 단결하라는 말에 인민은 그저 단결할 수 있었을까?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 원동력을 이해하기 위해 베트남 사상사를 파고 들었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더듬어갔다.
이 책은 베트남 사유의 큰 흐름을 풀어놓고 있다. 신화 등 구전과 기록을 가리지 않고 베트남 사유가 시작되는 지점을 들여다봤다. 기원전 179년 어우락국이 남비엣이 멸망한 이래 938년까지 식민 통치를 받은 1000년이 넘는 북속 시기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불교와 유교가 베트남으로 흘러들어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통해선 베트남 고유의 마음이 얼마나 강하게 작동하는지 알게 된다. 프랑스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근대에 베트남 사유가 드러나는 양상은 우리나라의 동학, 위정척사, 개화 논의를 떠올릴 수 있다.
이같은 베트남 사상의 흐름은 호치민이란 인물로 모아진다. 저자는 호치민의 생애 가운데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를 승리로 장식하며 프랑스 식민주의자들을 몰아내고 독립을 쟁취하는 장면까지 좇았다.
긴 여정 끝에 그가 도달한 곳은 우리 민족이다. 남북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 사상의 뿌리는 무엇인가. 베트남은 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푸른사상. 2만3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