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의 농염주의보' 통쾌한 웃음 한방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통쾌한 웃음 한방
대중 앞에서 당당한 성적 농담…여성 관객에 해방감 제공
美 인기 장르 스탠드업 코미디, 국내서도 점차 기지개
  • 입력 : 2019. 10.21(월) 16:18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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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세상의 남자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나랑 잔 남자, 앞으로 잘 남자."

 개그맨 박나래(34)의 거침없는 화법에 객석은 환호로 가득찬다. 지난 1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쇼 '박나래의 농염주의보'(이하 '농염주의보') 한 장면이다.

 ◇ 박나래 '농염주의보', 재미보단 통쾌함에 방점

 박나래는 '농염주의보'로 생애 첫 단독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했다.

 그가 삼은 소재는 '성(性)'이다. 박나래는 자신이 경험한 일화를 바탕으로 어디까지가 진짜고 가짜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한바탕 풀어놓는다.

 종류는 다양하다. 자신의 첫 성 경험에 관한 에피소드부터 친구들의 기상천외한경험담, 여성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루머가 담긴 '지라시'까지.

 수위는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다. 생각보다 수위 짙은 농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관객들 표정을 보고 박나래가 오히려 관객들을 다독여 줄 정도다.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에서도 방영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 '농염주의보' 또한 '넷플릭스라서 가능한 콘텐츠'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농염주의보'가 공개된 후 약 일주일간 시청자들은 소셜미디어로 다양한 감상을공유했다. 일단 코미디 본연의 기능인 웃음을 채워줬는지에 관해선 호불호가 갈렸다.

 목적어를 생략하고 성적인 코드로 오해를 유도한 뒤("잘 하게 생겼잖아") 반 박자가 지난 다음 오해를 해소하는 방식("말을 잘 하게 생겼다고")의 유머가 여러 차례 반복돼 초반 십여분이 지나면 다소 뻔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일부 누리꾼은 박나래가 외국인의 어눌한 발언을 희화화하는 데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성 연예인이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성적인 농담을 한다는 데서 오는 의의는 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1일 통화에서 "소위 '19금 개그'를 여성이, 그것도 굉장히 당당하게 하는 케이스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여성으로 보이는 관객은 박나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폭소다. 이 웃음은 재미보다는 통쾌함에서 오는 측면이 크다. 그 통쾌함이란 물론 여성이 성에 대해 거리낌 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데서 오는 해방감이다.

 쇼 말미, 박나래의 대사("여러분, '여자가 어쩌고 남자가 어쩌고' 세상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서 뭐 합니까.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인데 시원하게 하고 싶은 거 합시다!")에선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 국내서도 기지개 켜는 스탠드업 코미디

 정치부터 종교, 성(性), 인종 등 세상의 온갖 것을 비꼬고 풍자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영미권에선 크게 번창한 장르지만 우리나라에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며 표현의 자유가 오랫동안 허락되지 않았고,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엄격한 방송 규제는 온갖 금기에 도전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홍대, 강남 등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이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올해 초 짐 제프리스와 짐 개피건 등 해외 유명 코미디언이 잇따라 내한공연을 가졌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외국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가 유통되고 있다. 트레버 노아, 해나 개즈비 등 미국 인기 코미디언 쇼는 한국에서도 일부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방송인 유병재도 넷플릭스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했다. 박나래는 스탠드업코미디쇼를 테마로 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스탠드업'의 진행자로 나설 예정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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