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박정근 사진집 '입도조'

[이 책] 박정근 사진집 '입도조'
"본디 제주 토박이란 게 있었던가"
  • 입력 : 2019. 10.25(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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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의 '입도조-탑동매립지'(2019).

2010년 전후 이주 열풍에
섬에 첫 정착한 젊은 조상

무표정과 어울린 제주풍경


제주에는 '정착주민의 지역공동체 조성을 위한 조례'가 있다. 여기서 정착주민은 '제주도로 이주해 제주자치도에 주민등록을 하고 실제 거주하고 있으나 제주자치도의 문화와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으로 정의했다. '예비정착주민'은 '제주자치도 외에 주소를 두고 거주하면서 제주자치도로 이주해 살기를 희망하여 이주를 준비하는 사람과 그 가족'이라고 쓰여있다. 2014년 제정해 일부 개정, 전부 개정을 거치며 오늘날에 이른 조례다.

이 조례의 탄생 배경엔 제주로 밀물처럼 밀려드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근래 잠시 주춤해졌다고 하나 '제주 올레길' 열기 등을 타고 뭍에 사는 이들이 무던히도 제주 바다를 건너왔다. 그 물결 속에 제주 원주민과 외지인의 어울림을 걱정하며 정착주민 조례가 만들어졌다.

박정근 작가의 사진집 '입도조(入島祖)'는 그들의 표정을 담고 있다. 2010년 전후로 제주로 들어온 사람들이 사진집의 주인공이다. 둘이거나 셋, 때로는 혼자인 그들이 개발 바람이 불어대는 제주 풍경이 뒤섞이며 오늘날 이 섬의 얼굴을 드러낸다.

입도조는 섬에 처음으로 정착한 각 성(姓)씨의 조상을 이르는 말이다. 도시의 생활공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꾸겠다는 이들은 제주에 와서 농사를 짓거나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하고 창작 활동을 하며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박 작가는 이들 입도조를 불안계급으로 이해한다. 원하는 생을 살기 위해 입도한 이들이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실제 제주살이 3~4년을 고비로 이 섬을 떠나는 입도조들이 적지 않다. 거기엔 '육지 것'에 대한 섬의 시선도 작용한다.

제주 입도조 중에서 한 세대를 넘기며 살아갈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나 박 작가는 이물감을 내뿜고 있는 입도조들이 언젠가 "제주풍경에 붙박이로 스며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묻는다. "제주의 자연이건, 사람이건, 혹은 조형물이건, 본디 제주 토박이라는 것이 있었던가." 40여 점의 사진 앞에 박정근 작가를 시작으로 이나연 미술평론가, 한진오 극작가, 남수연 지리학박사의 글이 덧붙여졌다. 켈파트프레스. 1만8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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