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사진집 ‘… 여순사건’

[이 책] 사진집 ‘… 여순사건’
71년 전 진실, 사진으로 한걸음 더
  • 입력 : 2019. 12.20(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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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잃은 어머니의 오열. 이 사진은 라이프지에 실렸다.

제주4·3서 촉발된 여순사건
진압군 작전·민간인 피해 등

칼 마이던스가 남겨준 기록


이 땅의 공권력이 그 안에 깃든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던 시절, 이방인의 기록이 진실로 향하는 문을 열어줄 때가 있다. 가깝게는 영화 '택시운전사'에 나왔던 독일 기자 힌츠페터가 그랬다. 제주4·3사건과 떼어놓고 볼 수 없는 1948년 여순사건엔 소설가이자 사진가인 칼 마이던스(1907~2004)가 있었다. 당시 미국 타임·라이프지 지사 도쿄국장으로 근무하던 마이던스는 한국에 입국해 특파원으로 활동했고 여순사건을 담은 사진을 남겼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가 마이던스가 촬영한 여순사건 사진을 전량 입수해 편역한 사진집을 냈다. '1948, 칼 마이던스가 본 여순사건'으로 중복을 제외한 310여 장 중에서 98장을 골라 해설을 달아놓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지 두달 만에 발발한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신월동에 주둔한 국군 제14연대가 제주도 파병 명령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제주도 애국인민들을 무차별 학살하기 위해 우리들을 출동시키려는 작전에 조선 사람의 아들로서 조선 동포를 학살하는 것을 거부하고 조선 인민의 복지를 위하여 총궐기하였다." 여순사건의 진압 과정에 지역민 대부분은 영문도 모른 채 희생당했다. 유가족들은 부당한 이념과 정치적 성향의 굴레가 씌워진 채 수십년 세월을 통한의 침묵으로 참고 견뎌야 했다. 제주4·3이 걸어온 길과 너무도 닮았다.

마이던스의 사진들은 진압군 작전, 민간인 협력자 적발, 여수 중심가 화재까지 이전에는 알기 어려웠던 사실들을 보여준다. 신문 기사나 공문서로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세세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여순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한걸음 더 다가가도록 이끈다. 외국인 기자여서 진압군의 이동 경로를 따라 움직일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진압군의 활동을 찍은 사진이 많지만 자식잃은 어머니의 오열 등 시민들의 움직임과 감정도 놓치지 않았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는 "사진이 촬영된 시간과 장소를 확정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진에 담긴 수많은 얼굴들의 표정을 읽어내고 71년 전에 모진 경험을 했던 여수 순천 사람들과 마음을 통하는 일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다"고 했다. 지영사. 5만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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