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 (193)제주시 '노형봉개 족탕·순대'

[당찬 맛집을 찾아서] (193)제주시 '노형봉개 족탕·순대'
정성으로 끓인 ‘족탕’ 족발의 재발견
  • 입력 : 2020. 03.27(금)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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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인심으로 끓여 낸 족탕
돼지 간·오돌뼈 등 ‘무한 리필’

재방문율 높아 단골들 ‘북적’


백과사전에 족발은 '각을 뜬 돼지의 발'과 '돼지 다리를 양념한 국물에 푹 삶아 편육처럼 썬 음식'이라고 나와 있지만 대다수는 후자로 인식한다. 또 누군가에게 족발을 이용한 음식을 말해보라면 말 그대로 '족발'과 오이, 당근, 양상추, 해파리와 겨자 소스를 버무린 '냉채 족발' 혹은 매운 양념을 발라 구운 '불족발' 정도를 들 것 같다. 여기에 덧붙여 족발을 이용한 음식 한 가지를 더 소개하려고 한다. 족발로 탕을 끓여낸 '족탕'이다.

돼지 간과 오돌뼈와 함께 차려낸 순대 백반 한상 차림. 사진=이상국기자

족발로도 탕을 끓이다니 생소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족탕은 옛부터 도민들이 즐겨 먹던 제주 고유의 향토음식이었다. 제주시 노형동 우편집중국 인근에 위치한 '노형봉개 족탕·순대'는 족탕 전문점이다. 이수빈(45) 대표가 매일 정성스레 족탕을 끓여내고 있다. 식당은 노형동에 있는 데 간판엔 '봉개'라는 지역 명칭도 함께 적혀 있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 대표의 오빠인 이현석(48)씨가 이미 봉개동에서 10년째 족탕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고, 이 대표는 오빠의 뒤를 따라 노형동에 식당을 냈다고 한다.

이 대표가 끓여낸 족탕에는 껍데기가 도톰하게 붙은 돼지 족과 우거지, 메밀가루가 들어간다. 돼지 특유의 냄새를 잡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 대표는 핏물·털 제거 등 돼지 족 손질에만 3시간 가량 공을 들인다. 이 대표는 10시간 동안 돼지 뼈를 우려낸 것과 돼지 족을 삶은 물을 섞어 육수를 내는 데, 이렇게 해야 국물의 맛이 더 풍부해진다고 했다. 족탕은 고추가루로 양념한 부추를 넣어 먹는다. 식성에 따라 새우젓을 더하면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메밀가루로 맛을 내 첫 맛은 고소하고, 후추로 맛을 더해 칼칼한 뒷 맛을 내는 족탕. 사진=이상국기자

국물에선 돼지 특유의 잡내를 느낄 수 없었다. 국물에 메밀가루가 넉넉히 들어가 첫 맛은 고소하고, 뒷 맛은 칼칼한데 칼칼한 맛은 후추 때문이라고 한다. 돼지 족에 붙은 껍데기는 탱탱한 식감이 잘 살아있었다. 돼지 족에는 젤라틴 성분이 풍부해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모유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을 해 임산부와 수유부에게도 좋다.

노형봉개 족탕·순대를 찾는 손님들은 대다수 단골이다. 이 대표의 넉넉한 인심이 손님들의 발길을 다시 불러들였다. 8000원짜리 족탕을 시키면 돼지 간, 오돌뼈, 염통 등이 작은 도마에 담겨 나오는데 손님이 원하면 무한정 내어주는 '무한 리필'이다. 공깃밥도 원하면 무한정 내어준다.

노형봉개 족탕·순대 인근에는 노형중학교와 제주제일고등학교가 들어서 있어 간간이 학생들도 찾아온다. 이 대표는 넉넉한 인심으로 학생들에겐 음식 값을 1000원씩 깎아주고 있다.

이 대표는 "학생들은 한창 먹을 나이이지 않느냐"면서 "1000원을 아껴 음료수라도 사먹으라는 마음에 음식 값을 깎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족탕과 함께 나오는 서비스의 경우 단골 손님들 취향을 기억해뒀다가 취향에 맞게 원하는 부위만 내어준다"면서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간다고 한마디씩 할 때마다 힘이 솟는다"고 전했다.

노형봉개 족탕·순대는 제주시 정원로 6길에 위치하고 있다. 족탕뿐만 아니라 순대 백반(7000원), 내장탕(7000원), 창도름(1만원), 아강발(1만5000원) 등도 판매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휴식 시간을 갖는다. 문의=0504-0544-2607.

이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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